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약 18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펀드 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도 견조한 흐름을 보인 덕이다. 다만 올해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와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 교육세 인상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성장세 유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은 17조95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9.9% 늘며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이 5조8430억원으로 3년 연속 ‘리딩금융’을 수성했다. 신한금융은 4조9716억원으로 2위였으나, 5조 클럽은 달성하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4조29억원으로 사상 첫 ‘4조 클럽’에 입성했다. 우리금융은 3조1413억원으로 2년 연속 3조원대에 안착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에선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순이익 3조8620억원으로 4년 만에 1위를 되찾았다. 신한은행은 3조7748억원, 하나은행은 3조747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으로 2조6066억원을 기록하며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부진했다.
최대 실적을 이끈 동력은 비이자이익의 약진이다. 4대 지주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2조7561억원으로 1년 만에 16.5% 불어났다. 증시 활황으로 증권 수탁 및 펀드·신탁 수수료가 일제히 증가했고, 저축성 보험 수요에 따른 방카슈랑스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이자이익 역시 42조9618억원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상반기 금리 하락,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라는 악재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4대금융의 역대급 실적은 통 큰 배당정책으로 이어졌다. KB금융은 지난해 주주환원율 52.5%를 기록하며 금융권 최초로 50% 고지를 넘어섰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분을 전액 환원하는 ‘상단 없는 주주환원’을 선언하며 밸류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한금융 역시 주주환원율 50.2%를 달성해 목표를 조기 이행했다. 하나금융(46.8%)과 우리금융(36.6%, 비과세 배당 감안시 39.8%)도 배당 규모를 키웠다.
이로써 4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기업에 투자해 얻는 배당소득에 다른 소득을 합치지 않고 별도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올해도 이들 지주는 총 2조원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환원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 영업 확대가 쉽지 않은 데다 각종 과징금과 요율 인상으로 올해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금융당국이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추가로 25%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지난달 주담대 RWA 하한을 15%에서 20%로 올린 바 있는데, 주담대를 더 조이기 위해 이를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RWA가 오르면 같은 대출금을 내주더라도 자본건전성 부담이 더 커진다. 은행의 건전성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측정되는데, RWA가 상승하면 건전성 지표인 CET1 비율이 하락해 은행의 대출 여력과 주주환원 재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도 현실화됐다. 교육세율 인상(0.5%→1.0%)과 법인세율 상향으로 인해 4대 지주가 추가로 부담할 세금만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금보호한도 상향(1억원)으로 수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증시로 자금이 쏠리며 저비용성 예금이 이탈하는 등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방 압력도 거세지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와 각종 과징금, 요율 인상 등으로 올해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건전성과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