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노보드의 ‘맏형’ 김상겸(37)이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벤야민 칼에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상겸 덕에 한국은 이번 대회 첫 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김상겸은 8일 오후 10시36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칼(오스트리아)에 0.19초 차로 패하며 은메달을 기록했다.
김상겸은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은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설상 종목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호가 첫 메달을 따낸 데 이어, 김상겸은 이 종목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은메달은 한국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로도 기록되며 의미를 더했다. 메달 후보로 거론이 되지 않았던 ‘언더독’ 김상겸은 예선부터 본선까지 기적을 써내려가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평행대회전은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평행하게 설치된 두 개의 기문 코스(블루·레드)를 내려오며,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선수가 승리하는 종목이다.
예선 합계 1분27초18로 전체 8위를 기록한 김상겸은 본선에 진출해 16강에서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와 맞붙었다. 승부는 비교적 싱겁게 갈렸다. 중반 이후 코시르가 넘어지는 큰 실수를 범했고, 김상겸은 흔들림 없는 라이딩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8강 상대는 이탈리아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백전노장’ 롤란드 피슈날러였다. 피슈날러는 올 시즌 평행대회전 랭킹 1위를 꾸준히 지켜온 최강자다. 블루 코스에서 출발한 김상겸은 경기 초반 피슈날러에게 조금씩 밀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후 레드 코스에서 피슈날러가 연이은 실수를 범했다. 라인이 흔들리며 미끄러졌고, 결국 코스 막바지에서 승부가 갈렸다. 승리를 확정한 김상겸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준결승 진출의 기쁨을 표현했다.
김상겸은 4강에서 잠피로프와 격돌했다. 두 선수는 2024~2025시즌 FIS 월드컵 3·4위전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당시 김상겸이 잠피로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블루 코스에서 라이딩한 김상겸은 초반 잠피로프에게 뒤처졌다. 블루 코스 후반부의 불리함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상겸은 막판 스퍼트로 격차를 좁혔고, 결국 0.23초 차로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상겸의 마지막 상대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디펜딩 챔피언’ 벤야민 칼이었다. 언더독의 반란을 이어온 김상겸과 정상을 지키려는 칼의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중반 이후 팽행하게 맞서던 두 선수. 이때 김상겸이 실수를 먼저 범했다. 다소 밀리던 김상겸은 4강처럼 마지막 스퍼트를 가져갔으나 아쉽게 0.19초 차로 뒤지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