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경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았다. 대미 전략 투자가 조속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로 재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측은 관세 인상 관련 행정 절차를 실제로 검토·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장관은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측은 비관세 장벽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감정 없이 관세를 높여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상호관세 25% 재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이 과거와 달라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문제 삼는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 투자 이행 속도, 둘째는 비관세 장벽이다. 미 측은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 쌀 저율관세할당(TRQ) 문제 등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 문제는 특히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관련 사안 대부분이 국내 법·제도와 직결돼 있어 국민적 합의와 국회 비준 또는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측은 지난해 관세 협상 당시 비관세 장벽 이슈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공동위 개최 일정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301억5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업계는 관세가 25%로 재인상될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반기계와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각각 17.2%, 6.8% 줄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관세 리스크가 법적 판단과도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성 판단 선고에 대비해 전체 위헌, 부분 위헌, 합헌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컨티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를 부과해왔으며, 이 법의 합헌성 판단이 이달 하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치권 공방도 거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미국의 관세 재인상 압박은 이재명 정부의 아마추어 행정이 부른 외교 참사”라며 정부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쿠팡 사태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거론하며 “반미 프레임이 미국 의회의 불신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미투자특별법의 3월 내 처리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최근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내달 9일까지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통상 당국은 법안 통과 전이라도 원전·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등 행정부 차원의 가시적 조치를 통해 미국의 관세 인상 시도를 최소한 유예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협상의 시간을 벌고 비관세 장벽 문제는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