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투자 길 열린 수출입銀…황기연 행장 “조직개편·인력 확충”

직접투자 길 열린 수출입銀…황기연 행장 “조직개편·인력 확충”

기사승인 2026-02-11 17:30:36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제공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출·보증과 연계되지 않은 직접투자 길을 연 수은법 개정을 계기로 생산적 금융과 전략산업·공급망 투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전문 인력 충원, 내부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1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수은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투자 전담 인력 확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은은 당초 대출·보증과 연계한 사업에만 자금 출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으로 직·간접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수은은 투자개발형 사업의 초기 단계인 투자자 모집·구성부터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뿐 아니라 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에 대한 간접투자도 허용됐다.

법 개정과 함께 인력구조·운영 체계 개편이 과제로 떠올랐다. 황 행장은 “법은 통과됐지만 시행 시점이 올해 7월이라 현재는 준비 단계”라며 “시행과 동시에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자 체계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투자·VC 투자를 하려면 전문 조직과 인력이 필수지만 지금은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외부 경력직 채용과 내부 인력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병행해 투자 인력을 확충하고, 글로벌 자본시장본부 내 투자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등 하반기 조직 개편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내놓는 생산적 금융도 화두였다. 황 행장은 수은의 차별성과 관련해 “수출입은행의 설립 목적 자체가 생산적 금융”이라며 “가계·부동산 대출 없이 기업·정부 대상 여신만 취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최대 2.2%포인트(p) 우대금리 제공 △산업 재편 과정에서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방산·원전 등 초대형·고위험 전략산업에 대한 수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상·항공 방산은 이미 2012년부터 직접대출 90억달러, 보증 60억달러 등 총 150억달러를 지원해 왔고, 최근 폴란드 사업에는 시중은행 10억달러를 함께 참여시키며 민간 생산적 금융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라카 원전처럼 (전략사업은) 수출입은행이 사실상 유일한 금융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시중은행과 공동 참여 구조를 확대해 민간의 생산적 금융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제공

2500억원 규모의 핵심광물·에너지 펀드 운용 계획도 공개했다. 황 행장은 “동남아, 중남미(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 호주, 탄자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자원개발·광물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가고 있다”며 “IDB, ADB, AfDB 등 국제금융기구와 공동 발굴·공동 금융 구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 기금에 이어 초저금리 대출, 특별대출 한도 등을 통해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략 수출금융기금’과 기존 정책금융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구조화 단계에 있다”며 “신용등급 7등급 수준의 고위험 국가 사업이나 대규모·장기 프로젝트는 전략 수출금융기금이 맡고, 현재 우리가 담당 가능한 신용도의 사업은 수출입은행이 계속 맡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행장은 “바라카 원전처럼 금융 수요가 막대한 사업은 전략 수출금융기금과 수출입은행이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중복 구간에 대한 세부 기준은 시간을 두고 정교하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과 중소기업 저탄소 설비 투자와 관련해서는 자금 지원 기조를 재확인했다. 황 행장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친환경·ESG 금융에 대한 요구가 크다”며 “앞으로 전체 기간 동안 150조 원 규모의 ESG 관련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ESG 채권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행한 은행이 수출입은행이라고 자부한다”며 “올해 2월에도 최대 규모 ESG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고, 채권에 붙은 ‘꼬리표’에 맞게 프로젝트까지 철저히 연계해 저탄소 설비·친환경 투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행장은 취임 후 전국 산업 현장을 돌며 들은 애로사항 개선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산업이 빠르게 바뀌는데 자본·인력·조직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막막해하고 있다”면서 “특히 AI 전환도 전사적 디지털화보다는 불량률 관리, 품질검사 등 특정 공정에 AI를 탑재하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맞춰 ‘AI 전환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해 금융·컨설팅을 함께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해외 생산설비 투자 시 현행 신용등급 기준 대출 만기가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어 장기 금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현장에서 나온 건의는 쌓아두지 않고 수시로 제도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