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개천용’ 사라졌다…저소득층 청년 80% 계층 고착

지방에선 ‘개천용’ 사라졌다…저소득층 청년 80% 계층 고착

계층이동 주요 변수 ‘지역 이동’
교육·주거·일자리 여건 격차도 커

기사승인 2026-02-11 19:24:40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청년 대부분이 부모 세대와 비슷한 소득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공.

비수도권 청년층에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확실히 옛말이 됐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청년 대부분이 부모 세대와 비슷한 소득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지방에서는 사실상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분석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 출신 부모 소득 하위 50% 가구의 1986~1990년생 자녀 가운데 80% 이상이 성인이 된 뒤에도 동일한 소득 계층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조건의 1971~1985년생은 59% 수준이었지만, 세대가 바뀌며 계층 이동성은 더욱 약화된 양상이다.

반면 상위 25% 소득층으로 도약한 비율은 1980년대생 세대에서 4.3%에 그쳤다. 1970~1980년대생(12.9%)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젊은 세대일수록 가난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층 이동의 주요 변수는 ‘지역 이동’이었다.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긴 자녀의 평균 소득백분위는 부모보다 6.5%포인트(p) 높았지만, 부모와 함께 고향에 남은 경우 오히려 2.6%p 낮았다. 이동 여부가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을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갈림길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수도권 이주 기회 자체가 소득에 따라 제한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부모 자산 하위 25% 가구 자녀의 수도권 이주 확률은 상위 25% 자녀보다 43%p 낮았다. 한은은 “이주 자체가 계층 사다리로 기능하지만, 그 사다리에 오를 기회마저 불평등하다”고 짚었다.

교육·주거·일자리 여건의 격차도 크다. 2005~2025년 사이 서울 아파트 실질 매매가는 19.6% 올랐지만, 비수도권은 3% 하락했다. 같은 기간 1인당 본원소득 격차는 32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확대됐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동안 지방은 소득·자산 양면에서 역주행한 셈이다. 본원소득은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 수준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정민수 한국은행 지역경제조사팀장은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개인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을 작은 개천이 아닌 ‘큰 강’으로 키우는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수도권 청년의 계층 이동성을 높이려면 거점대학과 일자리 경쟁력 강화, 저소득층의 교육 접근성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