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이자 만성질환인 바이러스성 간염은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감염성 질환이자 만성질환인 바이러스성 간염은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기사승인 2026-02-12 06:00:12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10년 전인 2015-2016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 간염이 집단 감염 사건이 알려졌고 연이어 동작구 현대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등에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다나의원에서 97명, 현대의원에서 335명, 한양정형외과에서 217명의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 됐으며 이후 관련 의료인들은 민형사상 책임을 받았다. 

간질환은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흔히 과음이 한국인의 간건강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만성B형감염과 만성C형간염 등 바이러스 간질환이다.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간경변에서 간암이 발생하게 된다. 간질환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아홉 번째 사망원인이고 간암은 암 중에서 두 번째 사망원인이다. 20년 전에는 간질환은 전체에서 여섯 번째, 간암은 암 가운데 세 번째 사망원인이었다. 이중 술과 과체중이 원인은 10-20%정도로 낮다. 

1983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간염을 백신을 개발했다. 이후 적극적인 예방 접종으로 B형간염의 새로운 감염은 대부분 막을 수 있었고 2002년부터 시작한 B형간염 보유자 산모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조치로 매년 새로운 B형간염 보유자는 수 십 명에 불과하다. 예방 접종 이전에는 매년 수 만명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현재 소아 B형간염은 극희귀질환 수준이다. 

C형간염은 1992년부터 검사가 가능해진 병이다. 그 전에는 검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혈이나 수술 등 의료 과정과 불법 의료시술로 감염되는 일이 많았다. 외국에서는 주사기를 사용하는 마약이 주된 감염 경로이나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용이 적다. 의료 감염은 지금은 없다시피 하다. 2005년 수혈 혈액에 핵산증폭검사(NAT)를 도입한 후 수혈로 인한 C형간염 감염은 한 건도 없다. 전염이라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B형, C형간염 관리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감염자 관리다. 만성B, C형간염은 감염병관리법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법은 질병의 유행을 막는 것이 목표다. 법정 감염병 중 이들 바이러스성 간염과 결핵, HIV 정도가 단기간에 치료가 안되는 만성적인 감염을 일으키는데 결핵과 HIV는 각각 결핵관리법, 후천성면역결핍증관리법 등의 별도의 법으로 관리와 치료도 지원하고 있다. 

전염 예방이 아닌 사업이 늦어진 대표적인 예가 만성C형간염의 퇴치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 존재가 규명된 것이 1989년일 정도로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병원체이다. 전통적으로는 인터페론 주사로 치료했는데 6개월 또는 1년간 주사를 맞아도 1/3에서 절반 정도만 치료 되고 부작용이 매우 커 다수의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2013년 석 달 복용하면 90%이상 환치하는 먹는 약이 나왔고 현재는 두 달 복용하면 거의 100% 완치가 가능한 약들도 나왔다. 

상황이 변하자 세계보건기구는 발빠르게 2015년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 2030년까지 C형간염을 퇴치(Elimination)하도록 각국에 권고했다. 이집트, 일본, 대만,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들이 이에 따라 퇴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집트는 2023년 C형간염 감염자의 87%를 진단하고 이중 93%가 치료 받아 최초로 '골드 티어'를 달성했다. 대만은 지난 12월 17일 세계보건기구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고 일본도 2030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우 늦게 시작했다. 2023년 바이러스 간염 기본계획을 만들고 2025년에야 56세, 단 하나의 연령을 대상으로 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할 때,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지 10년이 다 되어 겨우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만성B형간염은 신생아에 대한 예방접종을 제외하면 감염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간암의 70-80%가 만성B형간염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암질환' 예방 관리로도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질환 사망자수는 인구 고령화 때문에 거의 모두 증가하고 있으나 간암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간경변증은 90년대에 비해 ⅕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감소만 하던 간암과 간경변 사망자가 2021년 이후 조금 증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시기 암검진, 간경변 진료가 감소하거나 정체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질환은 암, 감염병, 만성질환, 신경정신질환, 외상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고 각각 암관리법, 감염병관리법, 심뇌혈관질환 지원법, 정신보건법/치매관리법, 손상예방법을 근거로 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현재 40대 이상이 고령으로 사망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간질환은 희귀질환이 될 것이다. 과거 중요한 질환이었다가 지금은 소수의, 사건이 있을 때나 일시적으로 관심을 받는 기생충질환이나 결핵처럼. 그 때까지 간암과 간경변증은 관심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감소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안 될 것이고 젊은 의사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하는 내용의 '감염성 간염 관리법'이 발의 됐다. 간질환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될 수 있도록 통합적인 관리를 위해 빠른 법 제정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