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속 엇갈린 설 행보…시민들은 “협치 기대”

여야 정쟁 속 엇갈린 설 행보…시민들은 “협치 기대”

설 연휴 앞두고 與 용산역, 野 봉사활동 나서
일각에선 “명절에만 인사하는 모습 괴리감 들어”
“안 하는 것 보다 나아…서민 위한 정치 기대” 평가도

기사승인 2026-02-13 19:09:3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기차를 탄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병민 기자

여야가 설 연휴를 앞두고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용산역에서 귀성객을 만났고, 국민의힘은 서울 중구의 한 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13일 오전 서울 용산역. 전광판에 열차 시간이 번갈아 떠오를 때마다 승강장으로 향하는 인파가 몰렸다. 캐리어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 기차를 타기 위해 달려가는 발소리, 통화로 가족에게 곧 출발한다고 설명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몇몇은 대합실 벤치에 앉아 김밥과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기차를 기다렸다. 설 명절 특유의 분주함과 들뜬 공기가 대합실을 채웠다.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당 텃밭인 호남행 열차가 많은 용산역으로 설맞이 귀성 인사에 나섰다. 당 대표와 지도부를 둘러싼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며 대합실은 삽시간에 혼잡해졌다.

고향인 춘천에 간다는 박강일(31)씨는 정치인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해진 현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TV에선 싸우는 모습만 보다가, 명절이라고 사람 많은 곳에 와서 고개 숙이는 걸 보면 괴리감이 든다”며 “같은 주제를 두고도 여야가 서로 다른 말을 하니 어디가 옳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기에 더 그렇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귀성 인사가 한창이었지만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던 김동현(26·가명)씨도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현생 살기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주지 않게 된다”며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됐다가 계속 신경 쓸 것 같아서 피하게 된다. 무관심이 답이다”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배식 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재훈 기자 

여당과 달리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명절 때마다 서울역 등에서 귀성 인사를 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린 것 같아, 어려운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자는 취지로 봉사활동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여야의 상반된 행보는 최근 극심해진 대치 국면과 무관하지 않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이 계획돼 있었지만 장 대표가 회동 1시간 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무산된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여야 원내대표는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구성과 비쟁점 법안 본회의 처리에 합의했지만,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법개혁법을 처리하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오찬에 불참한 것이다. 해당 이유로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에도 불참했다.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역시 설전 끝에 파행했다.

이를 두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는 해괴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 수반에 대한 무례일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무례”라고 비판했다.

반면 장 대표는 이날 열린 설맞이 봉사활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오찬 취소와 관련해 “협치하자, 머리를 맞대자 하면서 밤에 사법질서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악법을 일방 처리한 것은 ‘초딩’도 하지 않는 일”이라며 “그 어디에도 협치 의사는 없었다”고 맞받았다.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시민이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민지(22)씨는 “그래도 정치가 마냥 나쁘게만 보이진 않는다”며 “가식이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쟁이 무논리적으로 느껴질 때는 피로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서민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그런 모습을 정치에서 자주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