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장 연임 문턱을 높이는 ‘특별결의’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지배구조 투명성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 주총 안건 확정 결과에 따라 각 지주사의 지배구조 판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한다. 신한금융의 경우 다음달 3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핵심 쟁점은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를 도입할지 여부다. 현행법은 금융회사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두고, 위원회 추천을 받은 인물 중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한다. 대표이사 선임은 상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이뤄지되, 정관에 정한 경우 주주총회 일반결의(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로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연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결의 도입을 압박해왔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
현재 우리금융은 3월 주총에서 회장 3연임 시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3연임 관련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이사회 및 주총 의결 절차 진행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동양·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약속한 내부통제 개선의 연장선이다. 3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최장 9년 재임’의 문턱을 대폭 높여 경영권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BNK금융은 지난달 주주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며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과반을 주주추천 인사로 채워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상당수를 교체해 전체 사외이사 중 4명을 주주추천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BNK금융의 주요 주주는 롯데그룹(10.67%), 국민연금(9.07%), 협성종합건업 외 특수관계인(6.9%) 등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 과반을 주주추천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은 확정적”이라면서도 “특별결의 도입은 지배구조 TF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KB금융은 전날 이사회 안건에서 특별결의 도입을 최종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인적 쇄신을 통해 당국 권고를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서정호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변호사를, 1년 임기의 중임 후보로는 조화준·최재홍·김성용·이명활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이로써 이사회 내 교수 출신 비중은 기존보다 낮아진 42% 수준으로 조정됐다. 교수 출신 편중을 완화하라는 금융당국 권고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별결의 도입이 지배구조의 근간을 바꾸는 사안인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 논의의 배경에는 금융권에서 반복돼 온 ‘셀프 연임’ 논란이 깔려 있다.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 선임·연임을 결정하는 순환 구조 탓에 이사회 견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주 회장의 ‘참호 구축’을 정면 비판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경고하며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3월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대표이사 연임 과정에서 대주주와 일반주주를 포함한 주주의 실질적 의사 반영을 확대하고,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대주주 지분이 제한돼 지분이 분산된 금융지주 구조상, 연임 문턱이 높아질수록 국민연금과 외국계 자본 등 기관투자가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일부 기관이 반대로 돌아설 경우 찬성률이 급락할 수 있어서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지주의 경우 이들의 표심이 회장 연임의 당락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우리금융 47.6%, KB금융 75.7%, 하나금융 67.5%, 신한금융 59.5% 순이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소유한 NH농협금융을 빼고 나머지 7개 금융지주 주요 주주에는 블랙록·캐피탈리서치 같은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공단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압박에 따른 정관 개정이든, 법 개정이든 결국 ‘황제 연임’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은 실적뿐 아니라 주주환원정책과 소통 역량으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