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의 안전 규정 위반이 잇따르는가 하면 여객기 참사 이후 추진된 공항 안전시설 개선 사업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 운항과 공항 인프라를 아우르는 관리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항공 안전 전반의 시스템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반 또 위반…항공사, 5년간 과징금만 ‘100억원’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6개 국적 항공사는 최근 5년간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총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7억8500만원 △2022년 16억100만원 △2023년 7억5400만원 △2024년 24억1500만원 △2025년 35억3800만원 등으로, 2023년 이후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항공사별로는 티웨이항공이 9회 위반, 과징금 47억4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제주항공(위반 5회·과징금 23억9800만원), 대한항공(위반 9회·14억53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위반 유형도 정비와 운항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은 재사용이 금지된 유압 필터를 A330-300 항공기에 장착해 운항하고, 유압유 성분 검사 없이 운항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정비 매뉴얼을 따르지 않거나 정비 능력 범위를 벗어난 부품을 수리·사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제주항공은 B737-800 기종 2대의 비행 전후 점검을 규정보다 늦게 수행하고, 엔진 결함 발생 시 관련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지상 이동 중 타 항공기와 접촉하고, 플랩 정비 과정에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비상문 개방 사실 미통보, 관제기관 수정 허가 미이행 등 항공사들의 안전 운항 의무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업계는 항공사 전반적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안전 투자 여력이 위축돼 위험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가 반복되고 있지만 인력 확충이나 정비 시스템 개선까지 이어지기에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낮은 구조도 안전 투자 확대에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시설 개선도 지지부진…수사도 하세월
공항 인프라 개선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12월 여객기 참사 이후 정부는 활주로 안전구역 정비, 항행안전시설 보강, 구조적 위험 요소 제거 등을 포함한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시설 개선 사업은 설계 변경과 행정 절차 등의 문제로 일정이 지연된 상태다.
특히 착륙 유도장치인 로컬라이저 주변 둔덕 정비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지만, 현장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제주공항의 경우 활주로 인근 H빔 형태의 철골 구조물에 대한 위험성이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근본적인 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참사 이후 1년이 지났는데도 공항 현장은 여전히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정부가 항공 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구조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 수사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참사 발생 이후 1년이 넘도록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당초 전남경찰청은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지만, 구체적인 책임 소재 규명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사고 원인을 보다 신속하게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다.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질수록 제도 개선과 구조적 보완 작업에 차질이 빚어져 항공 안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이처럼 항공사 안전 위반이 반복되고 공항 시설 개선과 사고 수사까지 지연되면서 항공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항공 안전은 사전 예방 체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운영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매년 반복되는 항공 안전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공항 인프라 개선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 안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개별 사안에 대한 사후 조치에 그치지 말고 운항‧정비‧감독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구조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