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의 전국 철도망 확산을 발판으로 해외 철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3일 국회에서 열린 ‘KTCS 전국철도망 구축과 해외시장 진출 정책토론회’에서는 KTCS의 전국 확대 방안과 함께 글로벌 철도 신호 시장 진출 전략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철도 신호체계 일원화를 통한 국내 운영 효율성 제고와 수출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박지하 국가철도공단 스마트제어처장은 ‘KTCS 전국 철도망 구축 계획’을 설명하며 단계적 확대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박 처장은 “노선‧시기별로 상이한 신호 시스템이 혼재하면서 운전 모드 변경이 반복되고 유지‧보수 효율이 저하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며 “KTCS 중심의 일원화는 운영 안정성과 기술 자립을 동시에 확보하는 과제”라고 밝혔다.
그간 고속철도에는 외국산 신호 시스템인 ATC가, 일반철도에는 ATS(열차자동정지장치), 광역철도에는 CBTC(무선 기반 열차제어시스템) 등이 적용되며 노선별로 상이한 체계가 병존해 왔다. 이로 인해 동일 열차가 구간을 이동할 때마다 신호체계를 전환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서울~진주 구간 운행 시에는 최대 다섯 차례 운전 모드를 변경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운영 효율성 저하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와 철도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R&D)을 통해 LTE-R 기반의 KTCS-2를 개발했다. KTCS-2는 350km/h 급 고속 운행이 가능한 무선통신 기반 열차제어시스템으로,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 180km 구간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는 안전성 최고 등급(SA SIL-4) 인증과 성능 검증을 확보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박 처장은 “현재 자동 운전 기능(ATO)을 포함한 KTCS-3도 개발이 완료돼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차상 중심 제어와 무선 기반 통신을 활용해 선로 용량을 높이고 유지비를 절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확대 사업도 본격화된다. 경부‧호남‧수서 고속선 643.1km 구간을 대상으로 신호시스템 개량이 추진되며, 118편성 차량 개조를 포함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박 처장은 “전국 철도망 확산 과정에서 축적되는 운영 실적과 기술 경험이 해외 시장 진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CS의 해외 진출 전략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철도 신호 시장 규모는 182억달러(약 26조7000억원)로 전망된다. 매년 6.42%의 연평균 성장세가 유지돼 2032년에는 266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이미 무선 기반 열차제어와 자동운전 시스템 고도화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위한 준비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고준석 전 KIND(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실장은 “기술 제안과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술뿐 아니라 금융과 운영을 결합한 패키지 수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해외 진출 과정은 녹록지 않다. 고 전 실장에 따르면 해외 철도 신호사업은 단순 기술 납품을 넘어 금융 조달과 운영‧유지관리(O&M)를 포함한 장기 프로젝트 형태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사업 구조화 역량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건설 및 운영 실적 부족에 따른 입찰 참가자격(PQ) 통과의 어려움,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공세, 사업개발비 부담과 금융 경쟁력 열위 등도 현실적인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기술력만으로는 수주가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면서 금융‧사업개발 역량을 갖춘 종합 경쟁력이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기업은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가격‧금융 경쟁력에서 열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 금융 확대와 공기업의 전략적 참여, 대외경제협력기금 활용 등을 통해 종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 실장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정책 금융을 활용한 자금 조달 지원 △공기업의 전략적 컨소시엄 참여 △사업 초기 단계부터의 타당성 조사 및 구조 설계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 KTCS 전국망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 실적을 축적하는 것이 해외 진출의 출발점”이라며 “기술‧가격 경쟁력에 금융과 사업개발 역량을 결합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된 KTCS를 전국 철도망으로 확산할 계획”이라며 “전국 철도망 확산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경쟁력을 토대로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공기업의 전략적 참여와 금융 조달 지원 등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