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위기…HMM, ‘운임 특수’냐 ‘비용 폭탄’이냐

호르무즈 봉쇄 위기…HMM, ‘운임 특수’냐 ‘비용 폭탄’이냐

기사승인 2026-03-03 18:17:43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해안에 정박 중인 선박. 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망에 비상이 걸렸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해상 운임이 최대 80%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적 원양선사 HMM이 이번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릴지, 아니면 ‘비용 폭탄’의 직격탄을 맞을지를 두고 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전날 ‘미국-이란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출입 물류 리스크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오만의 주요 항만을 경유한 우회 경로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하지만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 직전인 2월 말까지만 해도 해운 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333.11포인트로 1300선을 회복하며 완만한 반등세를 보였고,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2100포인트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에너지 수송을 가늠하는 탱커 운임 지수의 경우, 예외적으로 봉쇄 전부터 중동발 리스크를 선반영하며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27%가 통과하는 ‘에너지 대동맥’이라는 점이다. 해협 통항이 차질을 빚을 경우, 원유와 LNG 운임은 물론 국제 유가까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선박 운항 차질로 글로벌 선복 공급이 위축되면 컨테이너 운임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HMM이 올해 1분기에도 운임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변수’는 이러한 기대감에 제동을 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과거 수에즈 운하 사태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 항로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번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페르시아만 안쪽이 목적지인 ‘막다른 골목’ 구조이기 때문에 해상이 막히면 사실상 우회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화물은 해협 진입이 어려우면 인근 항만에서 하역해 내륙 운송으로 돌릴 수 있지만, 원유는 송유관이나 특수 시설 없이 육상 우회가 불가능하다”면서 “원유를 운송할 만한 이른바 ‘트럭과 터미널’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유조선이 받는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임 상승=선사 호재’라는 단순 공식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운임이 오르는 만큼 유가 급등, 전쟁 위험 보험료, 항로 우회와 대기 시간 증가 등 각종 비용도 함께 뛰기 때문이다. 특히 해운업은 선종과 항로에 따라 수익 구조가 크게 달라, 유조선 운임 급등이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은 HMM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HMM의 매출 중 80~85%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하며, 벌크선과 유조선 비중은 10~15%에 그치고 있다. 유조선 운임 상승이 일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비중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체 실적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에너지 운송지수 급등이 전반적인 물류비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속도감 있게 대응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국적 선사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동 노선의 컨테이너 비중이 낮아 당장 직접적인 지원 요청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중소 수출입 업체가 선복난을 겪지 않도록 HMM이 일부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대책은 아직 검토 중이지만, 실시간 소통 채널을 상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단기 운임 상승 효과’와 ‘장기 비용 리스크’ 사이의 균형에 쏠린다. 운임 급등 초기에는 선사 매출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유가·보험료 인상과 운항 비효율이 본격 반영되면 영업이익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외형적 운임 지수 상승과 실제 수익성 사이에는 비용 전이 속도라는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등 비용 요인이 운임에 온전히 반영되면 HMM의 유럽·미주 노선까지 파급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비용 급등이 전체 해상 물동량을 위축시킨다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고, 높은 운임에도 수요가 버텨준다면 이번 위기는 결과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