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격화에…건설사 공사비 상승 우려

중동 사태 격화에…건설사 공사비 상승 우려

기사승인 2026-03-05 06:00:12
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항구 지역에서 이란 드론 공격이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중동 사태가 격화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비 부담과 공사 지연 등 부정적 영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꼽힌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과 태양광 발전 연계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하철 사업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 등을 수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포 신항만 개발 사업’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의 인명이나 사업상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해당 기업들은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위험 지역에서는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안전 조치를 강화한 상태다. 

다만 중동 사태의 확산과 유가 상승은 건설업에 부담 요인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타격하면서 시작된 중동 사태는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유가 상승은 건설업의 전반적인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 제재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원유와 유연탄 가격이 단기간에 20~80% 급등한 바 있다.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고 시멘트 제조에 필수적인 유연탄 가격 급등은 시멘트 및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알루미늄·니켈 등 주요 마감재 가격까지 상승하며 건설 공사비 전반에 부담을 줬다.

중동에서 진행 중인 플랜트 현장들의 경우 물류 지연 등으로 전반적인 공정 진행 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 지연이 길어지면서 공사비 부담과 수익성 압박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중동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주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 472억7000만 달러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는 119억 달러로 전체의 25.1%에 달한다. 정부가 올해 핵심 과제로 내세운 ‘해외건설 수주 500억 달러’ 달성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역시 현지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현장의 경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전쟁 국면인 만큼 상황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어 이에 맞춤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중동 사태가 건설업계에 부담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주로 두바이유를 도입하고 있는데 해당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내로 유입되는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 해외 건설 주요 시장을 보면 중동 지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올해 공사 수주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전쟁으로 산업 인프라가 크게 훼손될 경우 향후 복구·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재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