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10년 만에 찾아온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현장의 열기를 북돋아야 할 성과급이 오히려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말 약속했던 ‘원하청 동일 비율 성과급’이 실제 지급 과정에서 국적과 근속에 따른 차등 지급 논란으로 번지면서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보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하청지회)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지급된 성과급이 당초 약속과 달리 큰 차이를 보였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년 이상 근속한 내국인 하청 노동자가 1112만원(지급률 100%)을 받을 때, 동일 기간 일한 이주 노동자는 절반 수준에도 안 되는 520만원(46.8%)에 그쳤다.
숙련 노동을 담당하는 정년 촉탁 근로자 역시 별도의 기준이 적용됐다. 노동조합의 ‘2025년 경영성 격려금 지급기준’에 따르면, 사측은 촉탁직에게 근속 기간과 관계없이 ‘일괄 6개월 이상 50% 적용’ 기준을 내세워 556만원을 지급했다. 촉탁 근로자는 일반 내국인 하청 노동자의 근속별 세부 구간(10%~100%)과 달리 별도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언론에는 동일 비율이라 홍보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국적과 근속을 잣대로 52만원부터 1112만원까지 천차만별인 성과급을 던져줬다”며 “기존 관행에 따라 차등 지급 뿐 아니라 이른바 사외업체로 분류된 노동자와 물량팀 노동자들은 아예 지급에서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한화오션의 의식주를 담당하는 웰리브(Welliv) 노동자 등 사외업체 분류 인원과 재하도급사(물량팀) 노동자들은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해당 인력들이 성과급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웰리브는 사내에서 직접 생산에 관여하지 않는 독립된 사업을 영위하는 별도 법인”이라며 “생산 실적에 대한 기여를 바탕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생산 과정에 기여하는 모든 노동자를 포괄해야 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24일 한화오션과 김희철 대표이사를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하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사측 “불법 점거로 안전 위협… 단체교섭은 법에 따라 대응”
한화오션은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원칙 대응’ 기조를 세웠다. 사측은 거통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가 지난 25일부터 거제사업장 작업장 앞에 천막을 설치한 것을 두고 “한화오션의 시설관리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불법 점거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은 해당 장소가 트랜스포터 등 대형 운반 장비의 이동 경로이자 다수의 차량과 작업자가 출퇴근하는 서문 인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무단 설치된 천막은 업무 방해를 넘어 심각한 안전사고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모든 동료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해 천막을 즉시 철거하고 위법 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노사 갈등의 향방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거통고하청지회 관계자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삼권에 따라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쟁취하고 ‘원하청 동일 성과급 지급’ 등 조선소 현장의 구조적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주장하고 있는 ‘개정 노조법 시행 전 단체교섭 참여 요구’는 개정법 시행 이후 법에 따라 진행할 사안으로,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