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되는 ‘3·8 여성선언’에는 지난 10년간 한국 여성운동의 변화와 성평등 과제가 담겨 있다. 미투 운동 이후 젠더폭력 대응 제도는 강화됐지만 성별 임금격차와 돌봄 불평등 등 구조적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노동권과 참정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며 싸워온 역사를 기념하고 성평등 과제를 돌아보는 날이다. 한국에서도 매년 기념대회와 선언문 등을 통해 성평등 정책과 사회적 과제를 제시해 왔다.
국내에서는 여성운동 연대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중심이 돼 매년 ‘3·8 한국여성대회’를 열고 ‘3·8 여성선언’을 발표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87년 창립된 전국 단위 여성단체 연대 조직이다. 성평등 입법과 노동·돌봄 정책, 젠더폭력 대응 등 다양한 의제를 제기해 왔다.
‘3·8 여성선언’은 그해 한국 사회의 주요 성평등 과제를 제시하는 선언문이다. 여성 시민사회가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정책 방향을 담은 메시지로, 성평등 의제를 공론화하는 계기로 활용돼 왔다.
최근 10년간 선언문에 담긴 요구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 2010년대 중후반에는 성평등 민주주의와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구조적 개혁 요구가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에는 젠더폭력 대응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선언문에는 강간죄 개정, 직장·권력형 성폭력 대응, 재생산권 보장과 낙태죄 폐지 요구 등이 담겼다. 실제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스토킹처벌법 제정,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등 제도 변화와도 맞물려 왔다.
다만 상당수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정규직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보다 29.0% 낮다. 이는 OECD 평균 격차(10.3%)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성별 임금격차 역시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 역시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돌봄과 가사 노동 부담이 여성에게 여전히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맞벌이 부부 기준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남편 1시간24분, 아내 3시간32분으로 2시간8분의 격차가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에서도 여성의 가사·돌봄 부담이 여전히 큰 셈이다. 성평등 정책 약화와 혐오·차별 정치 확산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이유로 사회 구조적 요인을 꼽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 진출이 크게 늘었지만 노동시장 구조와 승진 체계에서는 여전히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며 “성별 임금 격차나 유리천장 문제를 보면 구조적인 불평등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 비해 제도와 노동 환경의 변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교수는 “청년 세대는 경제활동과 돌봄을 함께 나누는 성평등한 삶을 원하지만 기업과 노동시장 구조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제도적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여성학 교수는 “임금 격차나 돌봄 문제 등은 교육과 직장 문화, 사회적 인식 등 다양한 영역이 얽힌 구조적 문제”라며 “단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사회 문화 전반에서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특정 제도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과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시민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 일대에서 ‘제41회 한국여성대회’를 열고 성평등 민주주의와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 등 성평등 의제를 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