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뒤흔든 ‘오일 쇼크’ 공포…“변동장세 속 조기 극복 가능성도”

韓 증시 뒤흔든 ‘오일 쇼크’ 공포…“변동장세 속 조기 극복 가능성도”

중동 리스크 고조에 10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위험회피 심리 부각”
전쟁 장기화 ‘유가 상승·달러화 강세’…증시 부담 속 극복 가능성 상존

기사승인 2026-03-09 17:48:01
9일 신한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 신한은행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국면에 따른 오일 쇼크 공포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변동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중동 리스크는 단기간 내 극복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6%(333.00p) 급락한 5251.87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5096.16까지 떨어지면서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선) 문턱을 위협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4% 내린 1102.2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장 초반 1067.24까지 떨어졌으나, 낙폭을 일부 만회한 채로 장을 종료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9시6분 코스피200 선물이 전 거래일 대비 6.49%(773.90p) 하락해 올해 5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시장도 코스닥150 선물과 코스닥150 지수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6.27%(129.30p), 6.36%(131.07p) 급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10시31분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중단)도 발동했다. 발동 당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10%(452.80p) 급락한 5132.07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역대 최대 낙폭(-12.06%)에 서킷브레이커가 작동된 지 3거래일 만의 일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락할 때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발동 요건은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는 상황이다. 채권을 제외한 모든 종목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고, 해제 이후엔 10분간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 처리한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장 초반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는 지난주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됐다. 한 달내 2회 발동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변동성도 극심해지는 상황”이라며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은 약 3조원대 순매도로 강도가 확대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중동 리스크 고조에 100달러 돌파한 국제 유가…“위험회피 심리 부각”

이날 국내 증시의 하락세는 지난 4일 ‘검은 수요일’ 사태와 동일하게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된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이스라엘로부터 대규모 공습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공급망 충격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실제로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후 2시50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4.85% 급등한 107.54달러에 거래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이날 112.17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해당 선물이 거래를 시작한 지난 1988년 6월 이래 역대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운항 재개를 위한 미 해군 호위 및 재보험 프로그램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 외 합의는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 유가 변동성은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유국들의 생산 중단도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이라크는 저장 공간 부족을 이유로 150만 배럴(bpd)을 감산했다. 글로벌 5위 산유국 쿠웨이트는 불가항력 조항에 따라 석유 생산과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적절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수 주 이내 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 유가 급등 부담은 제조업 중심의 석유 집약도가 높은 국내 증시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를 부각할 수 있다”고 했다.

전쟁 장기화 ‘유가 상승·달러화 강세’…증시 부담 속 조기 극복 가능성

통상 높아진 유가는 코스피를 비롯한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유가 급등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출 중심 대형주들로 구성된 코스피에는 더욱 부담감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중동 리스크에 따른 부담을 조기에 극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교적 빠르게 극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3일 이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2024년 4월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2025년 6월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등 리스크 발생 이후 코스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6%, 3.9%, 1.7%, 6.3% 등으로 집계됐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코스피는 중동 이벤트를 한 달 안에 극복했다. 전쟁 결과와 상관없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종료된 것”이라며 “(지난 1990년 8월2일 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이후) 코스피는 1개월만에 중동 이벤트 발생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 3개월 이후로는 평균 8.5%의 상승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사태 장기화라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이란이 강경 노선을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KB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문가 회의에서 새 최고지도자에 하메네이 차담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올리는 방안을 심의한 이후, 결국 선출됐다”면서 “모즈타바를 앞세운 이란은 앞으로 강경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동 사태는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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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