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대신 ‘와(和)’ 택한 혼다 CR-V 하이브리드…묵직한 패밀리 SUV의 정석 [시승기] 

화려함 대신 ‘와(和)’ 택한 혼다 CR-V 하이브리드…묵직한 패밀리 SUV의 정석 [시승기] 

미니멀리즘 극대화한 CR-V…물리 버튼으로 직관성 살린 실내
4705mm 차체·최대 2166L 적재 공간…패밀리 SUV다운 활용성
묵직한 주행감에 우수한 연비…혼다 2모터 하이브리드 강점

기사승인 2026-03-14 06:00:12
혼다 CR-V 하이브리드. 김수지 기자 

일본에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와(和)’라는 조화의 가치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개인의 개성보다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다. 혼다의 뉴 CR-V 하이브리드는 '와'가 생각나는 차였다.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은 분명하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CR-V를 직접 경험해봤다. 

CR-V는 ‘Comfortable Runabout Vehicle’의 약자로, 혼다 SUV 라인업을 대표하는 핵심 모델이다. 1995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약 150개국에서 판매되며 30년간 글로벌 누적 판매 1500만대를 넘긴 베스트셀링 SUV다. 현재 모델은 6세대로, 2022년 최초 공개된 뒤 2023년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미니멀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직관적인 실내 

혼다 CR-V 하이브리드 실내 모습. 전통적인 형태의 기어 레버가 인상적이었다. 김수지 기자 

혼다의 SUV ‘뉴 CR-V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강남에서 강원 원주까지 약 170km를 왕복 주행했다. CR-V의 첫인상은 ‘일본차다운 미니멀함’이었다. 최근 신차에서 볼 수 있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나 화려한 그래픽 중심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대신 비교적 단순하고 절제된 구성을 택했다. 대신 물리 버튼과 다이얼 방식의 공조 장치, 전통적인 형태의 기어 레버를 유지해 직관적인 조작성을 강조한 점은 강점으로 느껴졌다. 

다만 디지털 편의 사양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적용되지 않았고,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도 최근 차량들과 비교하면 크기가 작은 편이었다. 내비게이션이 별도로 탑재돼 있지 않아 주행 중에는 스마트폰을 연결해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길 안내를 이용해야 했다.

외관은 스포티하면서도 단단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전면부에는 블랙 프런트 그릴이 적용돼 강인한 인상을 주며, 후면부에는 CR-V 특유의 수직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적용됐다. 이 램프는 뒷유리 양옆을 따라 위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형태로, 멀리서도 CR-V임을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후면부에는 수직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적용된 CR-V 하이브리드. 김수지 기자 

실내는 예상보다 넉넉한 공간이 돋보였다. 전장 4705mm, 휠베이스 2700mm로 안정적인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곳곳에 적용된 오렌지 스티치가 실내 분위기에 포인트를 더했고, 선루프도 적용돼 개방감을 높였다.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1113L로 여행용 캐리어 여러 개를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166L까지 확장돼 장거리 여행이나 차박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 같았다. 매트리스를 깔아 평탄화만 한다면 성인 두 명이 눕기엔 넉넉한 공간으로 보였다. 

패밀리 SUV다운 주행과 효율 돋보여 

주행에서는 차체의 묵직한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고속 구간에서도 차가 노면을 단단하게 잡고 달리는 느낌이 강했다. ECON, Normal, Snow, Sport 등 다양한 드라이브 모드를 제공해 상황에 따라 주행 성격을 바꿀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 반응이 한층 경쾌해지며 주행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연비 역시 인상적이었다. 약 1시간 정도 정체 구간을 포함해 주행했음에도 실주행 연비는 16.5~17km/L 수준을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가 15.1km/L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주행에서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트렁크에 짐 적재 시 보관 편의성과 활용성을 높인 토너 커버가 6세대에 신규 탑재됐다. 김수지 기자 

이 같은 효율은 혼다의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이다. 시속 40km 이하에서는 EV 드라이브 모드가 작동해 배터리와 주행 모터가 차량을 움직인다. 속도가 높아지면 엔진이 개입하는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모드로 전환되지만, 엔진 출력은 직접 구동축으로 전달되지 않고 발전용 모터를 통해 전력으로 변환된 뒤 배터리를 거쳐 주행 모터로 전달되는 구조다.

6세대 CR-V에서는 안전 사양도 강화됐다.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 등을 탑재했으며,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 차량 안전도 평가에서 2020년부터 2026년까지 7년 연속 최고 등급인 5스타를 획득했다. 여기에 사이드미러 열선과 2열 시트 열선 기능도 추가돼 편의성을 높였다.

한편 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는 △2WD △4WD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2WD 5280만원, 4WD 5580만원이다.(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