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투기성 비거주 1주택’ 규제를 예고했다.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막아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관리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추가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부동산 금융의 경제적 유인구조 전면 재설계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대상의 단계적 확대,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고정금리로의 전환 유도 등 가계부채의 근본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대출 규제 강화라는 정책 일관성을 바탕으로 가격 안정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요섭 금융위 정책금융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시점에서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면 옛날처럼 악순환을 만들 우려가 있다”며 “대출 규제는 계속 엄격하게 관리 강화하는 기조를 가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규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규제 시점에 대해선)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다주택자 대출 연장 ‘불허’
이날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지역 무관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개인·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한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매도계약이 이미 체결된 주택, 어린이집, 준공 후 미분양주택 등 규제 적용이 곤란한 주택은 보유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 임차인이 거주하는 등 즉시 매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만기연장을 허용한다.
규제 대상인 다주택자 만기 일시상환 주담대 규모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총 4조1000억원(1만7000가구)이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총 2조7000억원(1만2000가구)로 추산된다. 시장에 즉시 풀릴 수 있는 아파트 매물이 1만2000가구에 달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이날 기준 유효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이 있는 경우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연장을 허용한다. 대책 시행 전날인 이달 16일까지 체결되는 묵시적 갱신과, 발표일부터 4개월 이내(7월31일)에 종료되는 임대차계약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하는 경우는 갱신계약의 종료일까지 인정한다.
토허제 실거주 의무 완화로 매물 유도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도록 토지거래허가제도와도 연동한다.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오는 12월31일까지 허가관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취득하는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한다. 주담대 시 전입 의무도 임대차 종료일 1개월 후까지 늦춰 실수요자의 매입을 유도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토허구역 내 주택을 매수할 경우에는 4개월 안에 해당 주택에 실거주해야 한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무주택자가 다주택자가 내놓은 세입자 있는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 4개월 내 실거주 의무를 세입자의 임대차계약종료일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제도 시행 일자는 이달 17일이다. 금융권 준비 기간과 차주 상환계획 수립 기간을 감안한 조치다. 발표일(4월1일)과 시행 전일(4월16일)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주담대는 종전 규정에 따라 만기연장을 심사한다. 토허제 관련 보완조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달 중 시행한다.
“사업자대출 용도외유용 적발 시 전 금융권 모든 대출 제한”
가계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돼 온 사업자대출도 집중 점검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와 금감원은 2021년 이후 실행된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여부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탈법·편법적 대출 행위가 적발될 경우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동안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127건(587억5000만원), 가계대출 약정위반 2982건이 적발돼 대출회수 등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용도 외 유용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금융회사의 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가계대출 포함)에 대한 신규 취급을 일정 기간 막는 방향으로 제재를 강화한다.
국세청도 자금조달계획서를 활용해 사업자대출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를 선별 및 추출하고, 전수 검증에 나선다. 대출금 부당 유용에 따른 탈세행위와 관련 사업체 전반에 대한 탈루 실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다만 전수 검증 전 자발적으로 상환하고 수정 신고하는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산세를 감면하는 ‘자진 시정’ 통로를 열어둔다.
온투업도 대출규제 적용…‘풍선효과’ 막는다
그간 자율규제로 운영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에도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온투업은 주담대 한도 6억원을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 40%, 비규제지역 LTV 70%를 적용받는다.
주택가격별 대출 한도 규제도 의무화된다. 주택가격 15억원 이하는 최대 6억원까지, 15억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로 줄어든다. 이주비 대출은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최대한도 6억원까지 허용한다. 중도금 대출은 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수요 공백을 최소화한다.
온투업 규제는 행정지도 형태로 오는 2일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전 국장은 “1월에 주담대가 전 금융권에서 3조원 늘었는데 p2p(온투업) 업권에서는 167억원 증가해 규모로 봤을 때 크진 않아 풍선효과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전체적으로 향후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 없진 않고, 업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관된 방향의 대출규제를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 LTV 규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증가폭 1.5% 설정…2030년까지 가계부채 80%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설정했다. 이는 재정경제부가 제시한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 약 4.9%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목표를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깔려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추정돼, 5년 동안 8.6%를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정책대출 비중은 현행 약 30%에서 2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 청년·취약계층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은 지속하되, 그 외 대상에 대해서는 전세보증비율 축소 등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관리 목표를 미준수한 금융회사에는 페널티를 적용한다. 지난해 초과분을 올해 관리 목표에서 추가 차감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리 목표를 2배 미만 초과하면 초과액의 100%, 2배 이상 초과하면 110%를 차감하는 등 초과 규모별로 차감액을 차등 적용한다. 월별·분기별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익월·다음 분기 목표를 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관리 목표를 430.6% 초과한 새마을금고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0원으로 설정한다. 필요하면 내년 관리 목표에서도 추가 차감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적 대출수요가 부동산 시장으로 지속 유입되며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