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과거보다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대하는 태도도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전략적 변화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행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보이콧과 규탄 집회를 통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는 악수와 인사를 나누는 등 일정 부분 호응하며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26조2000억원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며 “예산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추경안에 비판적 메시지를 내면서도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행보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초선인 김재섭·김용태 의원과 중진 주호영 의원을 포함해 여러 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시정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송언석 원내대표, 박충권 원내수석대변인 같은 원내지도부도 악수와 간략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만 장동혁 당대표는 연설 도중 자리를 옮겼다.
국민의힘은 직전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4일 이재명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의원들은 ‘근조 자유민주주의’, ‘야당탄압 불법특검’ 등이 적인 손팻말을 들었다. 이 대통령이 로텐더홀 입구에 도착하자 일부 의원들은 “꺼져라”, “재판받으세요”, “범죄자 왔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야당의 반응이 달라진 데에는 시정연설이 이뤄진 당시의 상황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시정연설 당시 윤석열 내란 사태의 여파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정치적 수세에 몰려있었다. 이에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정부와의 대립 구도를 부각시키고, 야당으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이번 시정연설은 중동 전쟁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국민의힘 역시 세부 사업에는 이견이 있지만 추경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어 극한 대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해석이다.
송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과거엔 시정연설이 있을 때 이런저런 퍼포먼스를 했는데 지금은 별도의 대응을 안 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다. 국민의 대표가 국회에 와서 연설하는 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게 국격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적 특수성도 한몫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가 힘든 상황에서 추경 필요성이 큰데, 무조건 반대하면 다가올 지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존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기조가 있어 반대 메시지는 유지하되, 일정 부분 협조하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