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는 쫓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절제된 미감 속에서 조용하지만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내 1세대 스트릿 패션 편집숍으로 불리는 카시나(Kasina)가 서울 압구정 도산공원에서 다시 시작한다.
13일 방문한 카시나 도산점은 단순한 매장이 아닌 ‘문화적 실험의 장’으로 설계됐다. 도산점은 브랜드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인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기반으로, 동시대 라이프스타일과 복합문화 요소를 결합한 공간이다.
도산점의 가장 뚜렷한 키워드는 ‘문화공간’이다. 매장은 층당 약 250평 규모로, 1~2층은 매장, 3~4층은 쇼룸과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스케이트보드의 자유로움과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구조, 곡선을 살린 동선, 그리고 브랜드의 상징색인 ‘카시나 어센틱 레드’가 절제된 방식으로 배치돼 있다.
중앙에 설치된 빨간 탈의실 형태의 오브제 안에는 실제 스케이트보드가 숨겨져 있고, 그 위에 폴로와 코멘츠 제품이 감겨 있다. 이를 찾는 재미는 방문객에게 일종의 ‘놀이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카시나는 1997년 부산에서 스케이트보드 숍으로 출발해 스트릿 브랜드의 국내 유입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이번 도산점은 그 출발점이었던 ‘스케이트보드’라는 정체성을 기반에 두되,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입혀 재구성한 공간이다.
국내 스트릿 패션의 시작으로 불리는 카시나는 국내에 ‘편집숍’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으며, 나이키, 스투시, 반스, 언더커버 등 유명한 해외 브랜드를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하위문화로 분류되던 스트릿 감성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도산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가 공유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취향을 시각화한 플랫폼이다. 각 층의 조닝도 일반적인 매장과는 다르다. 브랜드 하이라이트 공간에는 국내 첫선을 보이는 ‘베이프(BAPE)’ 컬렉션과 ‘아디다스 웨일즈 보너’ 제품이 배치됐다. 동시에 차세대 스트릿 브랜드인 ‘AFTERMATH(ATM)’의 팝업 스토어도 운영된다. 현장 관계자는 “이는 단순 협업이 아니라, 카시나가 주목하는 새로운 무브먼트를 소개하는 문화 큐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아트 요소도 결합됐다. 매장 한편에는 아티스트 ‘EIM’의 작품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는 공간의 감도(感度)를 높이고, 방문객에게 브랜드의 미적 지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카시나는 ‘샵인샵’ 형태로 음악 기반 콘텐츠를 추가로 기획 중이다. 단순한 판매보다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확장을 위한 전략이다.
도산점만의 콘텐츠도 주목된다. 카시나는 이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카시나 도산 익스클루시브 제품’과 ‘SMU(Special Make-Up)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하이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컬래버레이션도 전개될 예정이다.
카시나 관계자는 “스케이트보드, 디제잉, 아트, 음악 등 서브컬처의 요소를 메인컬처로 이끌어내는 시도는 카시나가 지난 수년간 지켜온 뿌리 위에 세운 담대한 확장”이라며, “카시나가 전하고 싶은 것은 결국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곳은 사람들이 단순히 옷을 사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 놀고 보고 영감을 얻는 곳이 되길 바란다”며 “도산점은 카시나의 메인 디비전이자 새로운 중심으로,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문화적 실험이 이뤄지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