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예멘의 세이윤 시밤 전망대에서 15일 발생한 1차 폭탄 테러가 한국인을 겨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18일의 2차 폭탄테러는 한국인을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건 당시 정황이 한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고, 잇따라 한국인이 피해자가 된 점도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알 카에다의 공격 대상에 한국인이 포함됐다는 정보가 이미 있었다”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숫자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동 지역에 파병한 경험 등으로 볼 때 알 카에다가 한국을 미국과 동일시하며 테러 대상에 올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와 현대건설, 대우건설 및 SK건설이 현지 석유광구 탐사에 나서고, 오는 6월부터 한국 정부가 예멘의 천연가스를 수입키로 한 점에 알 카에다가 주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알 카에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정부가 합동 소탕 작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상당히 궁지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알 카에다가 아랍권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서방 기업이나 관광객을 테러 표적으로 삼아온 만큼 사우디 입장에서 알 카에다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예멘 정부도 지난달 알 카에다 핵심 조직원 두 명을 붙잡아 사우디 당국에 넘기는 등 알 카에다 고립에 적극 협력했다. 결과적으로 알 카에다 사우디 지부는 궤멸 직전에 처했고, 알 카에다는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 사우디와 예멘 지부를 통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예멘은 소말리아와 함께 중동 최빈국 이슬람 국가로 알 카에다를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의 주된 온상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 한국 관광객 4명을 숨지게 한 테러 용의자도 소말리아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예멘은 주로 평탄한 지형이 많은 사우디와 달리 아프간처럼 산악지대가 많아 테러리스트들이 은신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멘은 또 분단 국가였다가 통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앙정부의 권력이 취약하다. 또 장기 내전으로 한 사람이 평균 세 가지 소형 무기를 갖고 있을 정도로 무장비율이 높은 점도 테러리스트들에게 적합한 조건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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