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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미국의 두 여기자가 북한에 억류되면서 이 문제가 핵·미사일 문제와 함께 '패키지 딜'로 풀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조속한 북·미 직접 대화 의지를 워싱턴에 끊임없이 전달해왔다. 반면 미국은 외교안보라인 구축 및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대화를 통한 정책 리뷰에 시간을 할애하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뒤로 미뤘다. 하지만 자국민 억류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앉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평가다.
북한이 지난 17일 미국에 식량 지원 거부를 통보한 것도 사실상 핵시설 불능화 중단까지 포함해 미국과 패키지 딜을 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22일 "미국의 식량 지원은 지난해 영변 냉각탑 폭파와 불능화를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이 식량 지원을 거부함으로써 불능화 작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실제로 경제·에너지 지원이 사실상 끊겨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최근 불능화 작업 중 8000여개의 폐연료봉 제거 속도를 최근 하루 15개에서 1주일에 15개 정도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중국의 지원도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다음달 4∼8일로 예정된 광명성 2호 발사를 전후로 북한과 '빅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로켓을 쏘고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면 역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해소될 수 있다"며 "이 시기를 전후로 미국의 특사가 올라가 여기자 석방 교섭과 함께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미 간 패키지 딜은 외형상 순차적인 형태를 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과거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교섭을 벌인 바 있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을 특사로 보내 여기자 석방 문제를 매듭짓되, 핵·미사일 문제는 다음달 중순 이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나 6자회담 채널 등 별도의 틀에서 풀기로 합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아시아계 미국인 저널리스트협회 등은 미국의 '커런트TV' 소속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의 북한 억류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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