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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조선산업은 대한민국의 블루오션이다.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세계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국내 업체들은 첨단 기술과 다양한 전략으로 무장하고 1위를 수성하겠다는 각오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창조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국내 조선산업의 ‘맏형’ 한진중공업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포화 시장’ 벌크선 대신 첨단선박 승부수=삼성중공업의 행보는 여느 조선업체와는 달랐다. 타 업체들이 벌크선과 유조선, 컨테이너선에 집중하는 사이 삼성중공업은 이름도 생소한 ‘드릴십(선박 형태의 원유시추설비)’과 ‘LNG-FPSO(부유식 천연가스생산저장설비)’ 개발에 착수했다. 결과는 2007년 세계 조선사상 단일 조선소 최대 규모인 212억달러의 수주기록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경기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지난해에 가치가 더욱 빛났다. 지난해 수주량만 54척으로 수주액수는 153억달러에 달한다. 연간 수주목표인 150억달러를 초과달성한 것은 물론 세계 조선업체 중 2년 연속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1척당 수주단가는 1억9000만달러에서 2억8000만달러로 증가했고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도 78%에서 80%로 늘었다. 올해에도 조선 빅3의 수주량이 전무한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유일하게 지난 1월 유럽선사로부터 9000억원의 LNG-FPSO선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9척 중 11척을,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44척의 드릴십 중 29척을 건조했다. LNG-FPSO는 기존의 FPSO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제품이다. 원유를 생산·저장하는 FPSO와 달리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천연가스용 FPSO를 만든 것이다. 세계적으로 발주된 5척 모두가 삼성중공업 제품이다.
◇국내외 시너지로 신성장동력 확보=한진중공업은 2007년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 70만평 부지의 대형 조선소를 완공했다. 기존 영도조선소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른바 ‘빅 씽크(Big Think)’로 대변되는 ‘창조경영’의 한 단면이다.
수빅조선소는 선박품질 향상 및 대량 수주효과와 함께 글로벌 조선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됐다. 기존 영도조선소를 고기술 특수목적선 개발의 메카로 발돋움 시키는 한편 수빅조선소는 1만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및 4000TEU급 이상 중대형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 등을 주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평소 강우량이 많은 수빅조선소 외부 도크에 작업전용 시설(Shelter)을 설치해 24시간 전천후 작업이 가능토록 했다. 한진중공업은 이 같은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갖춰 고기술·고부가가치의 신 선종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신기술 개발 행진 이어져= 삼성중공업은 2005년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로부터 7만t급 극지(極地) 쇄빙 유조선 3척을 수주, 인도했다. 조선업계가 쇄빙유조선 사업에 진출한 것도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개발로 고스란히 극지 유전개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 해저에는 세계 인구가 60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1조50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중공업은 더 나아가 LNG-FSRU(가스저장선)와 드릴링 FPSO 등 신개념 복합선박 개발도 이미 착수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첨단 선박과 북극지방에 적합한 신개념 선박 개발로 2012년에는 중국, 일본 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초일류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 사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풍력발전 핵심설비인 ‘블레이드(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가 선박용 프로펠러 기술과 유사해 기존 노하우만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게 삼성중공업의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육상용 3㎽급과 5㎽급 해상용 풍력발전 장비를 주력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도 26만t급 Q-MAX LNG선 및 VLPG선을 비롯, 해상 플랜트와 드릴십, FPSO 등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특히 국내 최초로 철강선, 석유시추선을 개발하고 동양최초로 멤브레인형 LNG선을 만든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선 산업의 ‘맏형’ 노릇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영도조선소는 현재 DSV(잠수지원선) 및 국내 최초 극지탐사용 국적 쇄빙선을 수주하는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행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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