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미국이 워싱턴에서 16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핵우산 보장을 명문화하기로 한 것은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핵공격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비대칭 전력을 우려하는 한국의 불안감을 달래는 한편 남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보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미국 대통령이 핵우산을 보장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담게 된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 강행으로 핵무기 개발이 기존의 협상용이라기보다는 보유용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활용에 대한 대비책으로도 핵우산 보장을 정상급에서 재확인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키로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개발을 포기한 이후인 1978년 제11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부터다. 77년 제10차 안보협의회에서 해럴드 브라운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이 계속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비공식 약속을 했고, 이에 따라 이듬해 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핵우산이 등장했다.
따라서 이번 핵우산 보장의 명문화는 보장 주체의 직급을 대통령으로까지 상향해 보장의 강도를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라 핵우산 보장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우산 보장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31일 "그동안 장관급에서 보장해온 핵우산을 핵무기 사용을 지시할 수 있는 대통령급으로 격상시킨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상회담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은 북한을 보다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다. 북한이 거꾸로 이를 스스로의 핵보유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2월 평양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현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에게 "북한의 핵무기 폐기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 철폐와 연계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 정상이 핵우산의 명문화에 합의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담은 2005년 9·19공동성명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9·19 공동성명은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와 한국의 핵우산 제거를 서로 맞물린 게 골자"라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우리도 9·19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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