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의 성과와 한계=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해 양국의 안보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18일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을 제공해 위협을 제거한다는 ‘확장 억지’ 개념을 처음으로 정상간 합의문에 명시한 것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못박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낮췄다”고 말했다.
군사동맹에 그쳤던 한·미 동맹을 21세기 상황에 걸맞게 경제, 사회·문화, 과학기술, 에너지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맹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한·미동맹만 그동안 뒤처져 있었는데 이번에 21세기적 상황에 맞는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21세기 전략동맹의 구체적인 콘텐츠가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대북 정책에 대한 시각은 확연히 엇갈렸다. 유호열 교수는 “우리가 5자회담을 제의하고 강한 대북 메시지를 던져 효율성 있게 압박을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말했다.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로 나설 경우에만 보상을 제공한다는 기조를 정립한 것이 성과라는 평가도 있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는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느슨해 북한이 언제나 깰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확실한 보상 시스템을 마련키로 한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한·미가 협상이나 대화 쪽의 포인트보다 대북 강공 기조를 국제적으로 못박아버렸다”면서 “신냉전적인 정책 회귀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냉전을 연상시키는 대결 구도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올 가을 정도에는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인휘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올 여름쯤이면 수립될 것”이라며 “8∼9월쯤 상징성 있는 고위급 특사 방문으로 국면 전환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교수도 “가을쯤이면 미국인 여기자 문제와 대북 특사의 방북을 고리로 북·미관계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관계에 따른 남북관계 재개를 놓고는 일정한 시각 차가 존재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북·미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그동안 누적되고 쌓인 부정적인 요소를 이유로 남북관계 개선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정 기간은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구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인휘 교수는 “현재는 한·미공조가 잘 되지만 유화 국면을 넘어서서도 잘 지속될 지 좀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고도의 의사소통 통로를 확보하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과 연계한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교수는 “북한이 내부 통제 국면이기 때문에 쉽게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것 같지 않고 미국도 쉽게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면서 “올해 안에는 북·미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호열 교수는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결국 지속적 도발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책에 밀려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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