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경색됐던 한반도 정세를 일단 대화 국면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 것이란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건강을 과시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데 집중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비핵화 계획을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을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6일 "김 위원장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만 포기한다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복귀 문제도 거론됐을 수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미국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 6자회담 복귀 카드나 핵시설 검증 문제에서 이전보다 완화된 방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핵군축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면 북·미 관계의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나서기만 하면 관계 정상화와 경제·에너지 지원 등 이른바 '포괄적인 패키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설득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대화 내용 못지않게 3시간 넘게 대화를 이끈 김 위원장의 건강과 판단 능력도 미국에 많은 메시지를 줬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창수 박사는 "이번에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면서 그간 북한 체제에 대한 불신을 지우고 여전히 자신이 카운터 파트임을 미국에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북·미 대화는 언제쯤=전문가들은 대부분 17일부터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끝나고 9월쯤이면 북·미가 양자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앞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동북아에 보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사전 대화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정철 교수는 "북한이 현재의 모멘텀(대화 동력) 상실을 우려할 것이므로 9월쯤이면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당분간은 제재와 대화 분위기를 병행할 것"이라며 "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대화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보즈워스가 방북하고 중국이 특사를 보내면 9월 유엔 총회 후 6자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도 열릴까=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자력으로 개선될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평가다.
김용현 교수는 "8·15 경축사 때 이명박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 재개나 인도적 지원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남북관계는 당분간 '통미봉남(通美封南)'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 핵실험 후 일본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도외시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강주화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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