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방북… ‘교착’ 남북관계 물꼬 트나

현정은 회장 방북… ‘교착’ 남북관계 물꼬 트나

기사승인 2009-08-11 01:27:00


[쿠키 정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육로를 통해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현 회장이 개성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이날 밤 보도했다. 통신은 그의 방북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초청으로 이뤄졌고,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과 관계자들이 현 회장 일행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의 방북은 일차적으로 북한에 134일째 억류돼 있는 유모씨 석방을 위한 것이다. 현 회장은 방북에 앞서 유씨 석방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당히 자신감이 있는 표정이었다.

따라서 현 회장의 방북이 유씨 석방 문제를 넘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북한이 북·미관계와 연동해 남북관계의 대화 의제를 던지는 국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씨 문제 해결 시도가 협상 국면의 출발점이란 해석이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지난해 7월 고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재개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현대와의 오랜 관계 등을 감안, 두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적 제재 국면은 북한에 실질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현대의 대북 사업을 통해 달러 루트를 다시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부는 현 회장의 방북으로 유씨 문제가 해결될 경우 금강산·개성 관광과 개성공단 정상화 등 전반적인 대북사업을 재검토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 조치에 대한 남측의 첫 반응은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른 국제적인 북한 제재 분위기에 발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1874호 이행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이 (북한에 달러를 제공하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의 재개가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직접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 등 개발 목적의 정상적인 상거래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보다는 민간 레벨에서 남북 교류를 진행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북·미관계의 진전 속도를 봐가며 시간을 두고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사진= 구성찬 기자
pr4pp@kmib.co.kr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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