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전격 방북] 일정 연장 ‘긍정적’…김정일과 무슨 얘기 나누나

[현정은 전격 방북] 일정 연장 ‘긍정적’…김정일과 무슨 얘기 나누나

기사승인 2009-08-11 2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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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일정을 하루 연장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11일 만나지 못했지만 12일에는 만날 가능성이 크고, 서로가 현안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135일째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석방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은 12일 면담에서 현안 과제인 유씨의 억류문제와 금강산·개성 관광 문제는 물론 꽉 막힌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입장에선 유씨 문제 선결 없이 북측의 다른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고, 북측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유씨의 석방은 다른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명분'에 가깝다. 정부와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와 현대아산은 3월30일 억류된 우리 근로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각적으로 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와 현대아산이 철저하게 공조해 왔다는 것이다.

유씨 석방이라는 대전제가 해결된 뒤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핵심은 포괄적 경협, 특히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문제다. 여건도 비교적 성숙됐다.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야 하고, 북측으로서는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안인 1874호를 결의, 국제적인 견제가 심해지면서 당장 달러 부족 사태가 심각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개성관광으로 1200만달러, 금강산 관광으로 18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겐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현대 측은 역대 대북 특사가 김만복·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 일색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민감한 시기에 현 회장을 부른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대북 사업의 수장을 통해 협상을 벌이겠다는 준비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유씨 석방을 두고 역(逆)제안을 하거나, 현 회장이 모종의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 회장이 수행원으로 최규훈 현대아산 계약지원실장을 대동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최 실장은 현대아산 초기부터 근무했으며 방북 경험이 200회가 넘는 베테랑이다. 북한 인맥이 넓고 대북 사업에 정통한 데다 현재 사업 계약을 검토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이 포괄적인 경협 지원 등을 요구할 경우를 대비한 포석이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정부의 메시지가 어떤 내용인지도 주목 대상이다. 정부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 문제 등 정치적인 사안보다는 경협이나 인도적인 의제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나포된 800연안호 선원의 조기 석방 문제와 지난해 완공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해결 의지 등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은 세계에서 진심으로 북한을 사랑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점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김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현 회장이 북한으로부터 남북 관계 개선 의사까지 받아낸다면 대북 메신저로서의 현대그룹 위상이 재확인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안의근 기자
eyes@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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