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방북 3일째인 12일까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소식통은 "현 회장이 12일 오후 2시 무렵까지 평양에 있었다"며 "오후 2시 이후에 현 회장이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을 방문, 오후까지 머물렀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감안하면 두 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북소식통은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이날 만찬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희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그룹도 "현지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는 것으로 비춰 현 회장 일행이 13일 예정대로 귀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방북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어떤 정황도 포착되지 않고 있어 현 회장이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북한 언론은 현 회장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현-김 만남은 왜 지연되고 있을까. 정부 여당과 현대그룹은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측은 지난 4일 현 회장이 방북 의사를 타진한 지 채 1주일도 안돼 초청장을 보내왔다. 초청장에는 출경 날짜만 박혀 있을 뿐 귀경 일정은 적시되지 않았다. '일단 올라오라'는 의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성과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우리 측에도 서둘러 메시지를 보내 의미를 극대화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만남이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후계 구도를 둘러싼 북측 내·외부의 여러 추측을 불식시키고 갈등을 봉합키 위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이 방북 중임에도 김 위원장이 함흥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진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양측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는 협상 자체가 무산되기보다는 북측이 김 위원장의 일정을 미처 조정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북한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어차피 억류된 현대아산 유모씨를 석방키로 했다면 북측으로선 현대그룹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이 협상 이니셔티브를 쥐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지연작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관론도 상존한다. 현대 측과 북측의 실무 협상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이 때문에 현-김의 만남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측이 제시한 경협지원 조건이 북한 측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북측이 여러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중에는 현대측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할 부분을 있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돈을 줘서 문제가 해결됐을 거라면 지금까지 이 사태가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북측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얻어내려 한다기보다는 내부의 복잡한 상황이 회담 일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안의근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