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임금 입장바꾼 이유 ‘눈 앞의 현금’

北 개성공단 임금 입장바꾼 이유 ‘눈 앞의 현금’

기사승인 2009-09-11 2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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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예년 수준인 5%로 하자고 제시해옴에 따라, 개성공단은 일단 지난해 12·1조치부터 시작된 북한 당국의 압박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 입장 바꿨나=북한이 지난 6월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제시한 월 300달러 임금 인상과 인상률의 10∼20% 상향을 포기한 것은 '눈 앞의 현금'은 일단 챙기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11일 "10일부터 25일까지 8월분 임금을 받는 시기"라며 "북측이 당분간은 전년도에 비해 5% 인상된 수준에서라도 근로자 임금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4만500명의 개성공단 근로자 평균임금을 78달러로 계산했을 때 월 임금 총액은 315만9000달러에 달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현실적 어려움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발업체인 P기업이 근로자 1200명 중 800명을 반납하는 등 입주기업들의 북측 근로자 반납 사태가 속출했고, 2차 분양을 받은 175개 업체 중 아직까지 공장 건설에 나서지 않은 기업이 92개에 달한다. 그냥 뒀다가는 개성공단으로부터 얻는 수입은 자꾸 줄고, 결국에는 개성공단의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이 지난 5월 개성공단에 적용한 토지 임대 계약의 무효를 선포하고 6월에는 토지임대료를 5억 달러로 인상해달라고 한 만큼 개성공단의 불안 요인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측이 임대료와 임금 인상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거나 변경한 것인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토지임대료 인상 문제 등을 개성공단 출퇴근 도로 건설이나 기숙사 건립, 여타 인도적 지원과 연계해 정치적인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전망=이번 조치는 임진강 수해 참사에 대한 남측의 사과 요구를 무력화시킨 측면도 있지만, 충격에 빠진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이 그동안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이행을 압박해 왔다면, 지난달부터는 대남 평화공세를 통해 선제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면서 "토지임대료와 토지사용료도 북측이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측이 이번에 근로자 임금 인상에서 양보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간 합의의 연장선상의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향후 금강산 관광의 재개 여부를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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