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고문은 이날 오후 3시20분쯤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를 방문하고 신 사장 해임에 대해 일본어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대해서는 “언제든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이사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전화 통화에서 “(라 회장에게) 주례보고와 월례보고도 한다. 사무실이 벽 하나 사이인데 수시로 뵙고 있다”면서 “세 사람이 악수 한번 하면 끝날 일이다. 조직이 너무 흔들리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라 회장과 신 사장, 고소인인 이백순 행장을 말한다. 그는 극적인 화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신 사장 고소는 사실상 이 행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라 회장의 중재안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 회장은 최근 측근들에게 외부에서 이번 사태를 권력 다툼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라 회장이 본인 거취를 포함한 중재안을 내놓을 경우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내분 사태는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AIM) 조찬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해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가 본격화됐다고 보면된다. 언제 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여러 상황에 개의치 않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신한은행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뒤 지난주 검사역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끝나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금감원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가 단일 계좌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계좌로 나눠져 운영됐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명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은행 직원을 처벌하지만 라 회장이 계좌 개설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라 회장이 2007년 타인 명의 계좌에서 50억원을 인출해 박 전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의 투신으로 내사종결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김찬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