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가기 쉽지 않네… 30대 기구한 사연

교도소 가기 쉽지 않네… 30대 기구한 사연

기사승인 2013-05-08 07:01:01
"[쿠키 사회] 정모(36)씨는 유일한 피붙이였던 할머니가 세상을 뜬 뒤로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중에는 알코올 중독 증세에 환청까지 들렸다. 정씨는 술을 끊으려면 술과 ‘격리’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생각해낸 ‘술이 없는 곳’은 교도소였다. 교도소에 가면 치료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정씨는 교도소 ‘입성’을 위해 경기도 광명시 경찰서 지구대 앞에 세워져 있던 자율방범대 차량을 벽돌로 내리쳤다. 차 유리창은 박살이 났다. 같은 날 밤 서울 용산의 한 치안센터 앞에 주차된 순찰차도 같은 방법으로 파손했다. 경찰서에 붙잡혀가는 데 성공했지만 조사 후 바로 풀려났다. 구속될 만큼 무거운 죄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망한 그는 더 중한 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도짓이었다.

다음날 정씨는 술을 마신 뒤 광명시의 한 모텔에 들렀다. 카운터 위에 초콜릿을 올려놓고는 홀로 근무하던 여직원에게 말했다. “저 강도예요. 신고하세요.” 여직원이 “네?”라며 반문하자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보여줬다. 정씨는 놀란 여직원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자 수화기 너머 경찰관에게 들리도록 “돈 내놔”라며 소리를 질렀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던 정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석 달 후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를 풀어줬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민유숙)는 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5개월 구속기간 동안 범행을 뉘우치고 성실히 살겠다고 거듭 다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법정에서 본 정씨에게서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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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jukebox@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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