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 정말 무섭다” 부글부글 끓는 檢… 채동욱 낙마에 집단 반발 조짐까지

“이 정권 정말 무섭다” 부글부글 끓는 檢… 채동욱 낙마에 집단 반발 조짐까지

기사승인 2013-09-13 17:30:02

[쿠키 사회] 채동욱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낙마로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검찰 간부 및 일선 검사들은 채 총장의 사퇴 소식에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대검찰청은 간부회의를 잇달아 열어 총장 사퇴 이후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를 부른 ‘검란(檢亂)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 간부와 일선 검사들은 대부분 “채 총장의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의 한 간부급 검사는 “(채 총장의) 혼외자녀 문제가 제대로 잘 정리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갑자기 사퇴한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이후 채 총장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의혹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 누구도 법무부 감찰과 채 총장의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대검 구본선 대변인조차 “점심식사를 하다가 언론 속보를 보고 황급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며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를 해야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채 총장 사퇴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기류가 강하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감찰 소식이 알려진 직후 대검 간부들은 채 총장의 사퇴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직을 잘 추스르고 있다’는 평을 받던 채 총장에 대한 아쉬움도 짙게 감지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일선 검사들이 채 총장의 사퇴를 사실상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질 경우 검사들의 집단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상대 전 총장이 사퇴한 상황과는 다르다는 게 검찰 내부의 인식이다. 지난해 12월 사퇴한 한 전 총장은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사퇴했다. 일선 검사들도 한 전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되고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로 옷을 벗었다. 외압으로 사퇴했다는 논리가 확산되면 검찰 조직의 독립성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한 부장검사는 “정말 이 정권이 무섭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며 “실체도 모르는 일로 물러난다는 것은 말문이 막힐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장검사 역시 “이런 상황에서 다음 총장이 누가 되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권 의중에 충실해야 산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세게 전하는데 검찰 중립 문제는 물 건너갔다. 황 장관도 자리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정현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