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성폭행 행위는 간통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간통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모(여·49)씨와 최모(3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최씨의 간통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해당 혐의에 대한 무죄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홍씨의 남편 이모씨는 2011년 9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최씨를 시켜 홍씨를 미행하게 했다. 그러나 최씨는 불륜장면을 포착할 수 없었고, 홍씨에게 남편의 미행 청탁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가까워진 두 사람은 3차례 간통한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1심에선 두명 모두 간통죄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3건의 성관계 중 동영상으로 촬영된 2011년 10월의 성관계만 사실로 인정했다. 게다가 홍씨가 해당 성관계는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 역시 받아들였다.

결국 재판부는 간통죄에 대해 홍씨는 무죄, 최씨에겐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여성은 성폭행을 당했는데, 상대 남자에겐 간통죄가 적용되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의 간통 혐의도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폭행에 의한 성관계는 피해자에게 간통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가해자에게도 강간죄를 적용할 수는 있어도 간통의 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