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우리는 오늘도 노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 같지 않은 피부탄력과 작년보다 늘어난 얼굴 주름에 낙심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하는 것은 ‘뇌의 노화’다. 온몸을 지배하는 것은 뇌로서, 뇌가 늙으면 몸이 늙은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뇌의 노화가 이토록 중요한데, 우리네 일상은 뇌의 노화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우선, 3차까지 달리는 음주문화다. 술을 마시면 뇌세포가 죽는다. 알코올 섭취가 잦은 사람의 뇌를 MRI로 찍은 결과, 정상인에 비해 뇌세포 사멸에 따른 전두엽 위축이 일어나 빈공간이 많다. 삶은 밤을 반으로 쪼개었는데 샛노랗고 꽉 찬 것이 아니라 성글고 마른 것이다. 이 같은 전두엽 위축은 충동조절장애를 일으켜 자주 화를 내거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사이코패스의 뇌에서 전두엽 위축이 심하게 나타난다. 과도한 음주가 선량한 자신을 사이코패스 혹은 다중인격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비만이다. 기름진 음식을 매일 섭취하면서도 운동하지 않는 사람의 뇌혈관에는 기름때가 쌓임으로써 뇌혈관이 막혀버린다. 뇌혈관이 막히면 수분 내로 뇌세포가 죽고, 이와 더불어 뇌의 두께도
얇아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심하게 다이어트 사람에게서도 뇌가 얇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살을 뺀다고 굶고 결국 배고픔을 못 견디고 영양가가 없는 과자나 초콜릿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뇌세포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가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는 ‘뇌는 변하지 않고 가지고 태어난 뇌세포를 잃기만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회 견해는 운동을 하면 팔다리에 알통이 생기듯, 뇌에도 알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실험으로 증명됐는데,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3개월 간 매일 저글링 연습을 시켰다. 그 결과, 판단력과 실행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해마가 두꺼워졌다. 나덕렬 교수는 “은퇴 후 일의 부재로 뇌를 덜 쓰게 되고 이로 인해 뇌에 자극이 없어 뇌질환에 걸리기 쉽다”며 “이 시기에 걷기나 하이킹, 수영, 자전가 타기 등 가벼운 운동을 통해 뇌를 두껍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뇌의 노화가 무서운 데에는 단연 ‘치매’라는 병의 공포 때문일 것이다, 국내 치매환자의 다수가 잦은 뇌경색 및 뇌출혈로 인한 혈관성 치매환자다. 거꾸로 해석하자면 뇌 관리를 통해 뇌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덕렬 교수는 “뇌경색 발병 시 20억개의 뇌세포가 순식간에 날라간다”며 “뇌에 안 좋은 습관이 무엇인지 알고 그 습관을 버려 뇌미인으로 거듭난다면 뇌질환 뿐 아니라 치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