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삼성가(家) 재산상속 분쟁에서 법원은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의 손을 다시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6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83)씨가 삼남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삼성생명 주식 425만9047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276주, 이익배당금 513억여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 인도를 청구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1989년 상속재산 분할협의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에 대해서는 형제들 간의 협의가 없었다는 이씨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제들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이 회장이 보유하는 것을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판단했다. 이병철 창업주가 일찌감치 이 회장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천명해 왔고, 다른 형제들도 오랫동안 이의를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청구대상 주식을 상속 당시의 차명주식으로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상속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차명주식이 수차례 매매과정을 거쳤는데, 이를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삼성생명 주식 중 12만여주는 상속 당시의 재산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10년간의 권리행사 기간(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상속권이 침해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이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장 측 윤재윤 변호사는 “합당한 판결”이라며 “소송절차와 관계없이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를 대리한 차동언 변호사는 “의뢰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폐암으로 현재 일본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노용택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