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기소된 사안을 다시 수사해 기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 헌법 제13조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항은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때는 기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심 선고가 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을 다시 기소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10일 “이중기소와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원칙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민주당 내부에서도 특검의 범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전반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률에 배치되는 부분을 제외한 특검의 범위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의혹으로만 남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배후 등을 새롭게 밝힐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보강수사 등을 통해 공소유지를 강화하는 형태의 특검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특검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미 대선개입 트위터·댓글 작성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라는 가장 큰 두 의혹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특검이 이를 제외한 새로운 범죄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재판에 넘겨진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통상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압수수색 등 검찰의 추가수사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소유지를 위한 특검이라면 행동반경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특검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내용 중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특검을 통해 밝혀질 수도 있다”며 “이런 형태의 특검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