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한국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 "희망을 쐈다""

"[소치올림픽] 한국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 "희망을 쐈다""

기사승인 2014-02-16 10:53:00
[쿠키 스포츠] “보고 있나.”

16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인 16위에 오른 윤성빈(20)이 경기용 신발 뒤축 부분에 적어 놓은 글자다. 윤성빈은 “그냥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써 놓은 것”이라고 했지만 왠지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 맞붙을 경쟁자들을 향해 던지는 도전장처럼 느껴진다.

윤성빈은 한국 스켈레톤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신림고에 재학 중이던 2012년 여름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한국 썰매의 선수자’인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3개월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뒤 스켈레톤 입문 1년 반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짧은 경험 탓에 이번 대회에서 실수도 저질러 더 발전할 여지를 남겼다.

윤성빈은 이날 1~4차 합계 3분49초57의 기록으로 16위에 올랐다. 전날 1~2차 레이스 합계 1분54초56으로 중간 순위 13위를 기록한 것보다 약간 떨어졌다. 2차 레이스에서 전체 공동 9위에 해당하는 57초02를 찍었으나 3차 레이스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57초90으로 기록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욕심이 생겨서 11번 코너에서 안정적으로 살짝 벽에 부딪히며 진입하지 않고 바로 들어가 가속도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썰매가 옆으로 들어가 균형이 흔들렸다”면서 “큰 실수를 한 것이 내겐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곱씹었다.

종전까지 스켈레톤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강광배 부회장이 기록한 20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썰매 종목 전체에서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의 19위가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에 윤성빈은 목표로 삼았던 15위에는 조금 못 미치긴 했지만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는 상위권 진입도 엿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무엇보다 윤성빈은 썰매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스타트가 좋다. 이번 대회에서 윤성빈은 4초65∼4초72의 스타트 기록을 작성했다. 스타트 기록만 놓고 보면 윤성빈의 4초65보다 빠른 성적을 낸 선수는 4명밖에 없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좋은 스타트로 얻은 속도를 끝까지 유지할 조종 능력과 안정감이다. 조종술과 안정감은 결국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질 전망이다. 특히 2015년 겨울 트랙 부분이 완성될 평창의 슬라이딩 센터에서 훈련을 거듭하면 경험도 쌓고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성빈은 “지금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나의 격차를 만드는 것은 경험”이라며 “4년이면 충분히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다”고 평창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이어 “많은 분이 내게 ‘빠르게 성장했다’고 하지만 남은 4년 동안에는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치=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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