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특수수사에서 ‘고구마 권법’은 안 된다”

김진태 “특수수사에서 ‘고구마 권법’은 안 된다”

기사승인 2014-02-23 22:05:00
[쿠키 사회] “‘고구마 권법’식 특별수사는 지양하라.”

고구마 권법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특별수사를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표현이다. 줄기의 한쪽 끝을 잡아당기면 줄줄이 열매가 달려 나오는 고구마 수확의 특성을 특별수사에 비유한 것이다. 김 총장은 취임 초부터 특별수사 방식의 변화를 당부하고 있다. 크고 작은 고구마들이 함께 달려 올라오는데, 먹을 만큼 큰 고구마들만 수확하고 작은 고구마들은 다시 묻어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범죄로 치면 기소하기에 충분히 여문 혐의들만 수사하라는 지침이다.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의 절제된 수사를 하자”는 당부는 김 총장의 단골 발언이다. 검찰은 그동안 기업비리 등에 대해 ‘먼지떨이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사건에서 최근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고,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손꼽혔던 김 총장의 주문에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한 검사는 “수사를 하다보면 은폐돼 있던 새로운 범죄혐의가 잇달아 드러나는 게 특별수사의 특징”이라며 “어디까지를 도려내야 할 환부로 봐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전국의 차장·부장 검사들은 지난 15~16일 이틀간 워크숍을 열어 특별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워크숍에서는 성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지양하고, 압수수색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개선방안이 현실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총장 이전에도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강조한 총장들은 많았다. 한상대·김진규·임채진 전 총장 등이 모두 ‘절제된 특별수사’를 당부했지만 검찰은 ‘먼지떨이식 수사’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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