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황우석 사태?… 노벨상 후보 찬사에서 '논문 표절의혹' 나락으로

일본판 황우석 사태?… 노벨상 후보 찬사에서 '논문 표절의혹' 나락으로

기사승인 2014-03-12 20:37:00
[쿠키 지구촌] 젊은 나이에 세계 과학계의 상식을 뒤집는 획기적인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의 여성과학자가 공동 연구자의 연구 성과 부정에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한때 노벨상 후보라는 찬사까지 받았지만 파문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일본판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태의 장본인은 고베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의 오보카타 하루코(30) 연구주임. 그는 미국 하버드대 등 국제연구팀과 함께 동물 몸에서 떼어낸 기존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도 간단하게 여러 조직이 되는 만능세포(STAP)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담긴 논문을 1월 30일자 네이처에 실었다. 당시만 해도 재생의료 발전에 서광을 비춘 혁신적 연구 성과로 평가받으며 일본 내에서도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외부 연구자들이 STAP세포 논문의 화상 데이터가 부자연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흥분했던 일본 열도는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달 21일 공동연구자인 미국 과학자가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는 견해를 밝히고 5일 오보카타 연구주임이 속한 이화학연구소가 STAP세포의 자세한 제작법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STAP세포 연구에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와카야마 데루히코 야마나시대 교수가 “믿었던 연구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STAP세포가 정말 생긴 것인지 확신이 없어졌다”며 논문 철회를 제안해 사태가 급변했다.

여기에 오보카타 주임이 와세다대에 제출한 박사 학위 영어 논문 앞부분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실린 내용과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1년 2월 발표된 그의 논문은 골수에서 채취한 세포가 다양한 세포로 변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0쪽가량의 논문 중 앞부분 26쪽이 NIH의 ‘줄기세포 기초’라는 내용과 거의 같았다.

또한 여기에 STAP세포의 만능성을 증명하는 여러 장의 사진이 오보카타 주임이 3년 전 박사 과정 논문에 쓴 사진과 흡사한 것으로 이화학연구소 자체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화학연구소는 11일 논문 취소를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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