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력의 60%를 차지하는 수사관들의 인사 적체 문제는 법조 시장 불황과 겹쳐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31일 “과거에는 고참 수사관들이 법무사 자격증을 따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법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나가겠다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검찰 9급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 임용된 수사관들이 10~15년이 지나도 6~7급까지 승진하기가 어려워졌다. 1990년과 이듬해에 수사 인력보강을 위해 9급 일반직을 각각 600명씩 뽑은 점도 인사적체라는 ‘부메랑’이 됐다. 이전에는 9급 일반직 채용이 300명을 넘지 않았다. “이제 6급으로 퇴직하기는 힘들어졌다”는 푸념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대검 운영지원과가 지난달 14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정책결정 공지가 수사관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전기·기계·사무보조 등을 담당하는 기능직 공무원도 형법·형사소송법 등 2~3과목 시험만 통과하면 6~9급 일반직 수사관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말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른 조치였다. 한 수사관은 “수사관이 되기 위해 15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며 “전직시험을 통과한 기능직들에게도 수사업무를 맡길 수 있다는 결정에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와 관련해 전직시험에 ‘실기 과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사관으로 전직을 지원한 기능직 직원이 실제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하면서 수사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시험 난이도가 문제가 아니라 수사관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결정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울동부지검 수사관들은 1일 관련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수사관들은 회의에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법률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