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는 지난달 30일 오전 7시부터 10만명의 조사원을 동원해 전국 1200만 가구를 돌아다니며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10일까지 12일 동안 계속되는 이번 조사는 유엔인구기금(UNFPA)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인구조사 외에 문맹률과 실업률, 상하수도 설치비율, 출산율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된다.
2011년부터 본격 개혁·개방을 추진 중인 미얀마는 1983년 마지막으로 인구조사를 실시할 당시 인구는 350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금은 대략 6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 민족이 135개에 이를 정도로 복잡한 상황이다.
문제는 미얀마 정부가 오랫동안 박해를 받았던 로힝야족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인구조사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로힝야족은 수십년전 방글라데시에서 유입된 이주민의 후손으로 130만명 가량 된다. 미얀마는 이들을 ‘벵갈리’라 부르며 불법 이민자로 간주해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조사팀은 인종을 묻는 질문에 ‘로힝야’로 대답하면 즉시 조사를 중단하고 다른 가구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UNFPA는 1일 성명을 내고 “현재 실시되는 인구조사가 국제적 기준과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미얀마 정부는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를 의식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불교도들은 이번 조사에서 로힝야족이 자신을 ‘로힝야’로 표시할 경우 이를 계기로 로힝야족이 소수민족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주 로힝야족의 집단 거주지인 서부 라카인주에서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가 로힝야족을 편들고 있다며 사무소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인종갈등과 폭력을 우려해 인구조사 연기론을 펴기도 한다. 라카인주에서는 2012년 로힝야족과 불교도 사이에 종교 분쟁이 발생해 200여명이 숨지고 14만 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