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건강] 강원도 강릉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 하모(31)씨는 두 달 전 딸아이를 출산했다. 가족과 친척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것도 잠시. 2주 전쯤부터 두피가 딱지와 함께 붉게 변하더니 피부가 일어나 비듬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피 외에도 목과 겨드랑이, 귀 뒤쪽의 주름진 곳에서도 증상이 발견됐다. 아기는 가려움증 때문인지 심하게 보챘고,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하씨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아기한테 짜증을 내기도 했다. H씨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동네 소아과를 찾았는데, 의사는 지루성피부염이라고 진단했다. 지루성피부염은 피지를 생성하는 피지선이 발달된 인체 부위에 생기는 피부질환의 일종이다.
지루성피부염은 아토피피부염과 혼동하기 쉬운데, 발병 원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루성피부염은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의 변화가 피지선에 영향을 주어 피지가 과다 분비되고 피부가 일어나며 붉게 변하는 것이다.
피지샘에서 생성돼 모공을 통해 원활하게 배출되는 피지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피부를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피지가 과잉 분비되거나 너무 부족하게 되면 이로 인해 피부건조증, 지루성피부염, 여드름 등 다양한 피부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지루성피부염은 흔히 20, 30대 청장년층한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아들한테도 발병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지루성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병?의원을 찾은 환자 수는 101만8078명이었다. 남성의 경우 50대가, 여성의 경우 30대가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10세 미만의 경우 남자 아이가 3만624명, 여자 아이가 3만698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 질환은 보통 생후 첫 주부터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 나타난다. 생후 1~2개월의 아기한테서 빈발하고 2세가 되기 전의 아이들한테도 생길 수 있다. 두피나 안면부, 기저귀 부위 등 피지선이 잘 발달된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증상은 경계가 뚜렷한 작은 수포가 있는 붉은 반점과 노란색의 기름기 있는 인설을 동반한 습진 형태를 보인다.
유아 지루성피부염은 대개 생후 6~8개월 이내에 자연히 쇠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환부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손으로 각질이나 딱지를 뜯어내면서 피부에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하늘마음한의원 부산 덕천점 김기배 원장은 “유아 지루성피부염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위 환경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기에게 지루성피부염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아기 전용 샴푸로 머리를 자주 감겨 청결을 유지하고 부드럽게 머리를 빗겨 일어난 각질을 제거한 후 전용 보습제를 발라주는 게 좋다. 지루성 피부 치료용 샴푸를 사용하면 효과가 빠를 수는 있으나 민감한 아기의 피부에 자극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기의 가려움증을 완화해주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가습기보다는 젖은 수건을 널어놓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장기간 호전되지 않거나 증상이 얼굴과 목 등 다른 부위로 번질 때는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의학계에 따르면 지루성피부염은 인체 면역 시스템의 이상이 원인이다. 따라서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게 지루성피부염 치료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김 원장은 “유아기에 지루성피부염이 생겼을 경우 단순한 피부건조증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발병 초기에 치료해야만 빠른 시일 내에 완치할 수 있고, 만성 질환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