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끝내 적용 안돼=논란이 됐던 살인죄는 결과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울산지검은 계모 박모(42)씨를 기소하면서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구지검이 칠곡 계모 임모(36)씨를 상해치사로 기소한 것보다 책임을 더 엄중하게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두 사건 모두 상해치사를 적용했다. 울산지법에서 살인죄 부분은 무죄가 났다. “살인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상해치사(징역 3년 이상)와 살인(징역 5년~사형)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범인이 ‘살인 의도’다. 대법원 판례는 ‘폭행의 결과 상대방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미필적 고의)만 하고 있는 경우도 살인 의도가 있다고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울산지검은 박씨가 살인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딸을 폭행했다고 봤다. 하지만 울산지법은 “박씨가 폭행 직후 실신한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을 보면 딸을 살해할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동학대 문제를 형량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울산지법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과 가정 내 폭력에 대한 관대한 기존 정서, 주변의 무관심과 외면, 허술한 아동보호체계 및 예산과 인력의 부족에서 야기됐다”며 “이런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에 처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건에 징역 10년과 15년=외형상 두 사건 모두 의붓딸을 학대하고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법원은 울산 계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칠곡 계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비슷한 사건에서 징역 5년의 차이가 났다.
형량이 달라진 이유는 검찰이 두 계모의 평소 폭행 사실에 대해 각각 다른 법을 적용해 기소했기 때문이다. 울산지검은 박씨의 평소 폭행에 상해죄(징역 7년 이하)를 적용했다. 반면 대구지검은 임씨의 폭력에 형이 가벼운 아동복지법상 학대죄(징역 5년 이하)를 적용했다.
아동복지법의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점도 형량이 다르게 나온 이유가 됐다. 울산지법은 박씨의 양형기준을 계산하면서 상해치사죄의 최대 가중 형량인 10년 6개월에 상해죄의 양형기준을 가중했다. 박씨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형량이 징역 13년으로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대구지법은 양형기준이 없는 아동복지법을 양형에 가중할 수 없었고, 징역 10년 6개월이라는 한도 내에서 형량을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때문에 대구지검이 임씨를 기소하면서 처벌이 약한 법을 잘못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박씨의 폭력행위가 임씨의 폭행보다 강도가 높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울산지법은 권고형량인 징역 13년보다 2년이 더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대 방법이 잔인하고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해 권고형량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칠곡 사건의 피해자 측 이명숙 변호사는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아동학대치사 사건을 살인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법원이 엄벌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