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만에 이뤄진 화합의 예배… 분단 키프로스의 부활절 합동예배

58년만에 이뤄진 화합의 예배… 분단 키프로스의 부활절 합동예배

기사승인 2014-04-20 19:35:00
[쿠키 지구촌] 지중해 동부의 섬나라 키프로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계 주민이 많은 북부 파마구스타시의 ‘세인트 조지 엑소리노스’ 교회에서 ‘성 금요일’을 맞아 열린 예배에서 이슬람계 주민은 물론 그리스 정교회 주민들이 함께 모였다. 성 금요일은 예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고난을 기리는 부활절 직전 금요일을 말한다.

키프로스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그리스 정교를 믿는 기독교계 주민과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계 주민으로 나눠졌다. 특히 1974년 그리스 정부의 영향력 아래 그리스와의 합병을 주장하는 쿠데타가 일어나자 터키가 터키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3만5000명의 군대를 파견해 키프로스 북부 3분의1 가량을 점령하면서 분단된 상태다.

14세기에 만들어진 세인트 조지 엑소리노스 교회 역시 키프로스가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부터 그리스 정교를 믿는 그리스계와 이슬람교도인 터키계의 갈등으로 58년 전 예배가 중단됐다.

하지만 이날 화합의 예배에 참석한 3000~4000명의 신자 중에는 터키계 무프티(이슬람 율법가)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일부 신도들 중에는 4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경우도 있었다. 종교를 통한 남북 키프로스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1950년대 고향을 떠난 미키스 라카타미티스는 눈물을 흘리며 “이 순간을 위해 내가 살아왔다”며 “다시 내가 구원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리스계인 알렉시스 갈라노스 전 파마구스타 시장은 “이번 행사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계 신자들이 북키프로스 교회에 올 수 있도록 터키계인 옥타이 카얄프 현 파마구스타 시장과 협력했다.

역사적 예배 개최를 지원한 시민단체 대표 파블로스 라코보우는 “이번 행사는 그리스계와 터키계 키프로스인이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양측이 성 금요일 예배에 함께한 것은 기적과도 같다”고 평가했다.

양측 지도자들은 지난 2월 2년여 만에 평화협상을 재개해 분열을 이른 시일 내에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 이달 초 두 번째로 만나 평화협상을 구체적으로 진전하기 위한 상호입장을 들었다.

AP통신 등은 19일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적 차이로 분단 상태인 키프로스에서 58년만에 종교를 뛰어넘는 화합의 행사가 열렸다며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신앙에 대한 조건없는 관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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