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방위 원칙 공식 폐기선언=아베 총리는 자신의 자문기구인 ‘안보 법적기반 재구축 간담회’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자민당에 공식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도입 필요성의 이유로 북한 핵과 미사일, 중국의 해양진출 강화 등 안전보장환경 변화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한국 등 주변국 반발을 우려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가 작성해 이날 제출한 사례집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한반도 유사시 피난하는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군 함선에 대한 자위대 함선의 호위, 공해상 미국 함선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응전 등을 꼽았다. 또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 요격, 일본 근처에서 무력 공격을 한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항행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진입 검사, 일본 민간 선박이 항행하는 외국 해역에서 기뢰제거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타국의 방위에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일본의 국시인 전수방위 원칙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본은 1981년 5월 ‘정부답변서’를 통해 ‘헌법 9조에서 허용되는 자위권 행사는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머물러야 하며 집단 자위권 행사는 그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역대 일본 정부는 모두 이 입장을 승계해왔다.
통신은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도입을 위해 헌법 해석을 변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헌법이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입헌주의 이념도 무력화시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공명당 설득이 변수=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도입 필요성을 천명하고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집권 자민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 내각 법제국을 중심으로 헌법 해석 변경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자민당도 올 가을 임시국회까지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설득하기 위해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담판에 들어간다.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는 헌법 해석 변경 시기에 대해 “연내로 예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민당의 신속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자위권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공명당은 쉽사리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헌법 해석 변경은 각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각료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아베 내각에는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이 공명당 소속이다.
당초 아베 총리는 다음달 22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 각의 의결을 거쳐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려 했으나 공명당의 반발이 계속돼 이를 설득하기 위해 시기를 가을로 늦췄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