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조규봉 기자] ‘갑(甲)’ 논란 후 1년… 공방 여전

[현장에서/ 조규봉 기자] ‘갑(甲)’ 논란 후 1년… 공방 여전

기사승인 2014-05-28 11:56:00

“책임 있는 주류회사, 함께하는 나눔, 지역사회 유대감 강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사회와 함께 같은 곳을 바로 보며 같은 발걸음으로 걷는 기업” 다름 아닌 유명 주류업체인 오비맥주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내건 슬로건들이다.

주류업계 전체 시장 매출 규모는 약 5조5000억원에서 6조원이다. 이중 하이트진로가 1조5000억원(소주, 맥주 포함)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오비맥주가 1조3000억원으로 2위다. 맥주 매출로만 보면 오비맥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래서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를 업계 양대산맥이라고도 한다.

때문에 주류도매상들의 시각에서는 이들 업체들은 대기업 중에서도 재벌 기업에 포함된다. 오비맥주가 위와 같은 슬로건을 걸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오비맥주의 주류도매상에 대한 갑(甲)질이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에 대기업의 갑 횡포는 만연해 있다. 그래서 지난해 기업의 갑을 문화가 이슈가 되면서 한 풀 꺾이나 싶었지만 여전히 을(乙)의 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다.

28일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년간 갑의 횡포에 대해 수차례 폭로하고 지적했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횡포는 만연해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회견의 메인은 오비맥주다. 오비맥주가 주류도매업자인 오션주류(유)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거래를 거절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소했다는 것. 제소 이유는 ▲강요 ▲압박 ▲요구행위로 압축된다. 이로 인해 해당 업체는 파산했다. 30여명의 직원들도 길거리로 나 앉게 됐다.

오비맥주 측에선 억울하다. 해당 업체가 악성 주류도매업자로 고의부도를 낸 사기업체라며 불가피하게 채권회수를 위한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션주류는 수년간 외상거래 대비 담보 부족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악성연체가 반복적으로 발생, 2013년 12월에는 도저히 정상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

재벌 대기업의 갑 횡포 이슈가 1년이 지났지만, 시간으로도 지울 수 없는 기업 간 갑을 논란에 아쉬운 것도 여전하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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