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양모(69)씨는 2009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다. 2010년 겨울 양씨는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제설작업을 하다 미끄러져 의족이 파손됐다. 양씨는 이듬해 “의족 파손으로 업무 수행을 할 수 없게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부상의 의미는 ‘신체에 상처를 입는 것’을 의미하는데 의족을 ‘신체의 일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관련법을 해석할 때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을 반드시 생래적 신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제했다. 장애인들에게 의족은 기능적·물리적으로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사실상 대체한다. 때문에 신체 탈·부착 여부를 기준으로 요양급여 수급 대상을 가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한다면 사업자들이 의족 착용 장애인들의 고용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법원은 부상의 사전적 개념에만 집착해 비장애인들의 다리와 다를 바 없는 장애인들의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 범위에서 제외시켜 왔다”며 “이번 판결이 장애인의 권익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