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연재순서
① 생물테러 대비 어디까지 왔나
② 테러의 수단…핵무기에서 생물학 무기로
③ 남윤인순 의원 “정부, 재정형편 이유로 생물테러 대비 늑장”
④ [현장에서/김단비 기자] 대한민국은 생물학 테러 위험 국가
생물테러에 대한 우리나라 대응·대비 수준을 어느 정도일까. 최근 공식적으로 기록된 생물테러는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서 발생한 탄저균 테러다. 미국 전역에 무작위로 배달된 우편물에는 2g정도의 하얀 가루가 들어있었는데, 이것이 탄저균 포자였다.
편지봉투에 담긴 탄저균 가루는 뜯는 과정서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공기 중으로 퍼지는데 이때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인체로 들어가 각종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탄저균 포자가 폐에서 발아할 경우 폐렴이, 뇌를 침범할 경우 뇌수막염이, 혈액에서 발아할 경우 패혈증 쇼크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생물테러에 이용되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독성이 강한 탓에 마땅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경우로, 의료진의 조속한 처치에도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시 생물테러의 위협을 느낀 미국 정부는 2차 생물테러를 우려해 재료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두 가지 균주, 탄저균과 천연두(두창)에 대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알려진 중동을 지척에 둔 유럽 국가들도 생물테러 실제 일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백신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은 유사시 전 국민이 접종 가능하도록 천연두(두창) 백신을 전 인구대비 100% 비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생화학 무기고로 알려진 북한을 대비한 우리나라의 준비 태세는 어떨까.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천연두 생물테러를 대비한 우리나라의 백신 비축률은 전 인구대비 22%에 불과하다. 이같은 양은 유사시 군인, 경찰, 의료종사자에게 우선적으로 보급되는 것으로, 이점을 감안하면 일반인은 여전히 무방비한 상태다.
우리나라 정부는 자체 백산기술이 없던 2002년 당시 스위스의 베르나바이오텍사로부터 백신 75만도스를 우선적으로 수입한 이후, 2003년부터 국내 기업이 생산한 천연두(두창)백신을 구입해 비축을 시작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25%를 밑돌고 있다는 사실은 생물테러에 무감각한 정부의 안일한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만 해도 전 인구 대비 76.9%를 보유한 상태여서 집단면역효과를 기대했을 때 불시 발생할 생물테러에 대한 대응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생물테러 대비 백신 비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근거는 최종 비축 시기다. 질병관리본부는 적정비축량인 인구대비 80%, 즉 4000만 도스를 앞으로 14년 후인 2028년에서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백신 구입과 비축을 위해 할당되는 예산이 지난해부터 9억원씩 구멍이 나면서 당초 수립한 계획안 시기에 맞혀 비축을 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방부는 2012년 발행한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이 상당량의 천연두(두창)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며 생물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는 적정량 비축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예산 증액은커녕 2014년 예산의 경우 계획보다 부족한 41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는데, 이는 선진국들과 달리 생물테러 가능성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