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화상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피부이식술이 필요한 급성 화상환자에게 이식할 피부(사체 피부)가 올 초부터 심각한 수급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식술이 필요할 정도의 급성 화상환자들 대부분은 넓은 범위에 화상을 입은 중증 화상환자로, ‘골든타임’에 피부를 이식받지 못하면 패혈증, 쇼크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각종 산업재해와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얼마 전 범죄로 인해 전신 70%에 화상을 입은 한 여성 피해자는 현재 이식재를 기다리며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수급난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의 신재준 과장은 “사체 피부 이식이 필수적인 환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이식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 정도의 수급난은 처음으로, 마음 편히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수급난의 원인은 바로 원재료 수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필요한 피부의 연간 80% 이상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해왔는데, 미국에서 원재료, 즉 사체피부 수출을 대폭 줄였다는 것(2012년 피부 국내 자급 15.2%, 수입 원재료 및 제품 수입 84.8%). 피부 이식재를 병원에 공급하는 한 바이오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 자체를 구할 수 없으니 병원에서 요청이 있어도 이식재 생산이 힘들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
하루빨리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이식재 수급난을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 피부 이식재를 자급자족하는 방법은 오직 인체조직 기증이 활성화되는 것이지만 장기기증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2013년 12월 기준 39.1%) 기증자가 매우 부족하다. 인체조직기증은 세상을 떠난 직후 피부, 뼈, 연골, 인대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2012년 단 248명만이 기증을 선택했고 국내 이식 수요의 20%만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실제 기증을 진행한 뒤 피부를 가공, 병원에 공급하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의 조직은행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기증이 발생해도 병원 요청이 워낙 많아 보관 중인 피부 이식재가 단 한개도 없다. 기증이 크게 늘어야 화상병동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윤경중 본부장은 “올 초 기증 체계를 보완하는 관련법이 개정되고 인체조직기증 희망서약자도 크게 느는 등 홍보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 생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실제 기증 발생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우리 국민 모두의 생명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인체조직 기증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