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연재순서
① 의료방사선에 발목 잡힌 암 검진
② 프리미엄 검진…정밀하지만 방사선 피폭량 최대치 ‘두 얼굴’
③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교수 “의료방사선 위험성 걱정할 수준 아니다”
④ [현장에서] 의료행위 이득과 위해, 환자들만 혼란
의료방사선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암=죽는 병’이란 시대가 지나 적극적인 조기검진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아진 시기에 검진의 역기능이 논의 대상이 됐다. 2년, 빠르면 1년에 한번씩 하는 암 검진 탓에 한 개인이 평생 받게 되는 X선 촬영이나 CT촬영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의료 방사선 피폭량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1950년부터 1990년까지 일본에서 암과 백혈병으로 죽은 사람들 중 9%가 히로시마 원폭 당시 피폭 맞은 사람들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 연구는 원자폭탄 피폭자의 방사선 노출량과 암 발생률 증가관계를 추산해 100밀리시버트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됐다면 1000명 중 5명은 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보여줬다.
현재 원폭 같은 유사시를 제외하고 인공적으로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 종류 중 의료방사선이 가장 높다. 한번의 CT촬영으로 약 5~25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받게 된다. 의료영상기기에 따른 방사선 노출을 살펴보면 중/고등학교 신체검사때도 받는 흉부 X-선 촬영은 0.01 밀리시버트, 치과 X-선 촬영은 0.01, 유방 촬영은 0.27 밀리시버트 정도다. 문제가 되는 전신 PET/CT, 복부CT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10밀리시버트다.
최근 의료방사선 노출피해를 막기 위한 몇 가지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중 검진에 따른 피폭량, 검기기간, 검사횟수 등을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하고 일정 수준을 넘어선 촬영에 대해서는 수가를 삭감한다는 내용이 있다. 의료계는 이같은 내용의 법률이 환자의 피폭량을 줄일 수 있지만 진료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동일하게 CT검사 제한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즉 환자 개인별 피폭량을 추적할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의료기관별 방사선 사용량을 조사해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으로 나눠 고용량을 사용한 하위 병원들에 대해 제제를 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방사선 고용량이 사용됐다는 것은 노후된 장비로 저선량 촬영이 어려운 경우나 의료진 미숙이나 노후장비로 재촬영 빈도가 많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방사선 피폭을 우려한 일부 단체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직장인 종합검진, 해외 유학생들의 종합검진 유치처럼, 검진이 늘고 있는 현 추세로 볼 때, 검사횟수의 제한을 두는 법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의료방사선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